[시대의 경영자 구본무]권력과 거리 둔 구 회장…외풍으로부터 LG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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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LG테크노콘퍼런스에서 대학원생들과 함께 대화하는 고 구본무 회장.

고 구본무 회장은 의도적으로 정치권,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과 거리를 두고 사업에 집중했다. 대신 LG그룹 경영에 집중하며 그룹이 정치 등 외부 이슈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했다. 생전 구 회장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실력을 배양해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정도경영' 이념을 몸소 실천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부당하게 이권을 취득하는 것을 거부했다. 대신 윤리경영을 중시해 기업 경영에 후환이 없도록 했다. 이는 LG그룹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됐다. 덕분에 재계에서도 LG그룹은 정치적 이슈가 덜한 모범 그룹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에도 대기업 총수 일가 상당수가 갑질 논란과 불법·편법 수단 동원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구설에 올랐다. 수 년 전부터 이 같은 논란은 끊이지 않으면서 비슷한 논란을 반복 재 생산하고 있다. 재벌을 바라보는 인식은 나날이 싸늘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LG그룹은 총수 일가와 관련한 큰 이슈 없이 상대적으로 평온한 모습을 보여왔다.

LG그룹은 2016년 10월 박근혜 전 정권이 몰락하고 재계가 흔들렸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화를 피했다. 다른 대기업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LG그룹은 구 회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 외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LG그룹은 정도경영 강화 일환으로 2008년부터는 주요 계열사에 준법 지원·감시 업무를 전담하는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체제) 조직을 신설했다. 2009년에는 'LG윤리규범 핸드북'을 제작해 배포했다. 임직원이 사업을 추진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항목을 담았다. 2010년부터 영어, 중국어, 폴란드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 버전으로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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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구 회장(가운데)이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 같은 정도 경영 이념에는 평소 고인의 성품이 녹아있다. 소탈한 성격에 배려심이 깊다는 평가가 따라온다.

내부 집안 단속에도 성공했다. 대기업 총수 일가 대다수가 후계자 선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을 거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005년 1월 27일 고인은 반 세기 넘게 동업 관계를 이어왔던 허씨 가문과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창업 1세대부터 57년간 3대에 걸쳐 유지된 양가 이별을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평소 고인과 허창수 회장이 서로를 예우하는 등 양가 사이 신뢰를 두텁게 한 덕분이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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