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회담 중지· 북미회담 재고려 통보…韓·美, '판' 흔드는 북 행동에 예의주시

북한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데 이어 내달 예정된 북미정상회담까지 재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측의 속내와 향후 행보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고위급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려던 우리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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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동사진기자단>

통일부는 16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연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 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며 “북측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조속히 회담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북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성명 발표와는 별도로 우리 입장을 정리한 통지문을 북측에 보낼 계획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이날 오전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과 긴급 회동했다. 북측의 강한 불만이 있지만 맥스선더 훈련은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므로 오는 25일까지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측은 맥스선더를 회담 중단의 주된 이유로 들었지만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존엄과 체제를 헐뜯고”라는 표현도 썼다. 사실상 지난 14일 국회에서 출판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측을 강하게 비판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날 정오께 북미정상회담에도 엄포를 놨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까지도 다시 고려할 수 있다며 남측과 미국을 압박했다. 김 제1부상은 이날 담화 발표를 통해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회담 재고려까지 언급되면서 우리 정부와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악관은 즉각적인 입장표명을 미룬 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통화를 요청, 남북고위급회담 연기 배경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통화에서 “북측 조치에 유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를 계속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경내에서 머무르며 북측 대응을 놓고 참모진들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고위급회담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첫 공개 자리여서 만큼 청와대 안팎의 기대감이 컸다. 고위급회담 결과를 포함한 내용을 기반으로 다음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재자 역할을 고려했으나 차질이 빚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라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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