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으나 개혁안 중 하나인 대학 재정지원사업 개편은 비교적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정운영계획에 담은 대로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특수목적 재정지원을 대부분 일반 재정지원 사업으로 전환키로 했다. 특수 목적 사업에 선정된 대학만 지원하는 형태에서 내년부터는 기본역량진단에서 일정 기준 이상 대학에는 모두 균등하게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문제는 배분하는 예산 지원 금액이 크다보니 대학은 교육부가 정하는 기준과 지표에만 매달린다는 것이다. 정권마다 바뀌는 대학 개혁 정책으로 갈피를 잡기 힘든 것도 문제다.
◇지표에 매몰, 성과는 '글쎄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대학이 평가지표인 교원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무기계약직만 늘렸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교원확보율·취업율·학생충원율 등 성과위주 평가 지표가 오히려 대학 발전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171개교 전임교원 확보율은 2006년 66.2%에서 2016년 80.3%로 14.1%P 늘었으나 겉보기 등급만 좋아졌을 뿐이다. 교원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근무여건 차별을 받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만 늘어났다.
올해 대학평가는 기본역량진단으로 바뀌었다. 세부항목 조정은 있었으나, 학생충원율 같은 성과에 대한 항목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항목은 대학 수준을 평가할 때 매우 중요한 지표이지만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대학은 기본역량진단 보고서를 제출한 후 대면평가까지 마치고 6월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에 들기 위해 TF를 꾸려 사활을 걸고 준비했다. 권역별로 비율을 나누다보니,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대학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역량진단에 “올인했다”고 토로했다. 실질적 교육환경 개선보다 지표관리에 초점을 맞춰 컨설팅 전문가 배만 불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대학재정지원 사업이 내년부터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되면서 지표는 더욱 절실해졌다. 60% 선인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하면 정부가 정원 감축을 지원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표로만 보면 대학은 개선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표가 남는다.
한 대학 교수는 “대규모 재정지원 사업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대학은 지표에 맞춰 학과를 통폐합하고 교원 수를 맞추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면서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정작 학생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은 못 들었다”고 꼬집었다.
<표: 역대 대학재정지원사업, 출처:교육부>
◇지역 강소대학 육성, 직업교육 강화는
교육부는 인구절벽 시대 대학 정원을 줄이고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통합·개편했다.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율성'에 불만도 터져 나온다. 그동안 특수목적 사업에 따라 지표를 관리했기 때문이다. 준비 없이 1년 만에 재정지원 사업 구조가 바뀌어 어떻게 혁신안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국정과제에 포함된 공영형 사립대 역시 내년 시행을 앞두고 성급한 정책이 우려된다. 공영형 사립대는 대학 운영비 일부를 국가가 책임지는 대신 공익 이사를 배치해 사립대학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부터 공영형 사립대를 단계적으로 육성하고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사립대는 내년 사업에서 선정되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예산을 어떻게 투입하고 어떤 형태로 효과를 높일 것인지 방향도 잡지 못했다. 열린 공간에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대 질 제고 등 고등교육 혁신 과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전문대도 공영형 전문대를 운영하고 전문대를 직업교육 지역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전문대를 직업교육 거점으로 육성한다면서 정작 평생교육 사업에서는 배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