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뱃갑에 '암' 사진이 붙는다. 일반 담배보다 더 강력한 경고그림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제2기 경고그림 제정위원회'는 8일 회의에서 일반 궐련 담배와 함께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암' 위험성을 강화하는 경고그림 시안을 14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제정위원회가 관련 시안을 발표한 뒤 약 2주간 고시에 대한 행정예고 기간을 거친 뒤 경고그림을 확정한다. 고시는 6월22일까지 유효하며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경고그림 2년 교체주기에 따라 12월23일 도입된다.
현재 경고그림은 일반 궐련 담배에만 폐암·뇌졸증 등 질병과 관련된 5종과 성 기능 장애·간접흡연·피부노화 등 비질병 주제 5종으로 구성돼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주사기 그림만 표기돼 있다.
제정위원회는 일반 궐련 담배에는 현행과 같은 폐암, 후두암 등 특정 질병을 의미하는 '암' 사진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암세포와 암덩어리 사진을 직접 표시해 혐오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일반 궐련 담배보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표시되는 경고그림 수위가 높아진다. 권련형 전자담배에 유해 사진을 부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다.
세계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유해성이 적다는 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돼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 5일 독일 연방 농림식품부 소속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주요 발암물질의 배출이 적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알데히드는 80~95%,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97~99% 적게 배출했다.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궐련 담배보다 혐오도가 높은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와 정당성이 없어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복지부가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일반 담배를 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담배보다 유해성이 덜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자 전자담배를 흡연의 대체재로 인식하고 흡연자들에게 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반 궐련담배보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 경고그림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 궐련담배에 비해 덜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