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출현으로 단기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국은행은 8일 발표한 '2017년 단기금융시장 리뷰'를 통해 “초대형 IB들이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시장 예상을 넘는 단기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대형 IB는 자본금 3조원 이상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증권사 가운데 헤지펀드에 대한 증권대여와 자금 지원, 기업 신용공여 등 투자은행의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시행에도 선진 투자은행이 나타나지 않자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했다. 이어 2016년 8월 자본금 규모에 따라 신규자금조달 수단 허용을 차별화하는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단기금융업무(발행어음 판매)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한은은 국내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하면, 초대형 IB의 발행 어음을 통한 자금 조달이 단기금융시장 수급과 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들 사업자가 발행 어음을 통한 자금 조달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단기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대형 IB들이 스타트업, 고수익채권, 4차 산업 업종 등 신생기업, 차세대 성장 산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정책당국은 향후 초대형 IB들의 투자 행태와 리스크, 중소형 증권사의 경영 상황, 단기 금융시장 환경 변화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채권형 헤지펀드를 통한 시장 간 연계거래 확산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단기 금리 연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동향을 주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단기금융시장(콜, 환매조건부매매, 양도성예금증서,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규모는 277조원으로 전년(250조원)보다 11.0% 증가했다. 특히 환매조건부매매(RP) 시장이 전년 대비 18.5% 늘어난 61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증권사가 헤지펀드, 채권형 펀드 등이 레버리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전자단기사채(신용도가 높은 기업, 비은행 금융기관이 주로 1년 이내 자금을 조달하고자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 시장도 24.9% 늘어 4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어음(CP·151조2천억원) 시장은 7.3% 늘었다.
반면, 양도성예금증서(CD) 시장 규모는 19.4% 감소해 5조4000억원에 그쳤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