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블록체인 전문기업 33푸자메이 사무실. 중국블록체인협회가 추천한 기업이다. 회원사 중 이른바 잘 나가는 회사다.
첫인상은 실망스러웠다. 대기업 콜센터를 연상하게 했다. 200여명이 넘는 직원이 오밀조밀 붙어 컴퓨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사무실 분위기는 어두침침했다. 형광등을 듬성듬성 켠 탓이다. 직원 수에 비해 사무실도 비좁아 보였다. 지나치게 조용한 것도 특이했다. '윙윙윙….' 컴퓨터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마저 크게 들렸다. 과연 이곳이 혁신기술 블록체인을 다루는 회사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걸 금방 깨달았다. 이 업체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타고 600억위안(약 10조원)이 흐르고 있었다. 고작 직원 200명으로 거둔 성과라는 게 놀라웠다.
회사 대표 역시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경영자였다. 개인 집무실은 없었다. 일반 직원과 섞여 일했다. 옷차림에서도 검소함이 묻어났다. 허름한 잠바를 걸치고 기자를 맞이했다.
우쓰진 33푸자메이 대표는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회사를 소개했다. “특허 신청 건수가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2016년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평가하는 10대 블록체인 기업에 텐센트와 함께 선정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33푸자메이는 '채권(IOU) 블록체인' 기술을 확보했다. 대기업 제조사를 꼭짓점에 두고 하청업체가 불어나는 피라미드 형태 산업에 필요한 기술이다. 일례로 전자제품 회사는 부품 조달사에게 돈 대신 채권을 발행해준다. 물건이 팔리면 채권에 이자를 더해 갚는 식이다.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면 채권이 추가로 계속 발생된다. 이때 33푸자메이는 채권을 블록체인으로 대체했다. 전자회사가 담보를 맡겨둔 은행에 제시하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도록 했다.
부품업체는 현금흐름 개선에 도움을 받는다. 전자회사는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우 대표는 아직 혜택을 보는 업체가 수십여곳에 불과하지만 내년까지 10만여 업체가 IOU 기술을 쓰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설명을 끝낸 뒤 회사 내부를 소개해줬다. 작은 사무 공간을 둘러싼 회의실이 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방이 16개나 됐다. 매일 7~8개 기업과 미팅을 갖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도 만났다. 서버실은 3곳이다. 같은 층 건너편 사무실에 꾸몄다.
우 대표는 이동 중에도 계속 블록체인 얘기를 꺼냈다. 중국 해남은행 금융 계열사의 포인트 지급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바꿨다고 했다. 현재 300위안 규모 포인트가 이 플랫폼을 통해 오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원 월급을 블록체인 토큰으로 나눠주고, 토큰을 금괴와 교환하는 시대를 여는 게 목표”라며 “금융은 물론 유통에도 진출, 블록체인 기반 신뢰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5년 뒤면 이런 꿈이 모두 실현될 것”이라는 바람도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