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아이티텔레콤(대표 최광주)은 통신 계측기 전문기업 키사이트(Keysight)에 차량·사물통신(V2X) 성능 측정 기술을 독점 공급한다고 7일 밝혔다.
V2X는 자율주행차 전용 통신기술이다. 사전적 의미는 차량과 모든 사물을 잇는다는 뜻이다.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노변 기지국, 길가는 행인, 차량 단말기(V2X OBU),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연결 대상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안정적 운행을 돕는다. 앞차와 간격을 조정하고 주변 차량 주행 상태를 분석, 사고 위험을 없애는 방식이다.
V2X 장비는 세계 표준에 맞춰 설계된다. 시험기관 검사를 거쳐 인증을 획득해야만 제품화가 가능하다. V2X가 다른 통신 장비나 시스템에 의해 혼선을 일으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티텔레콤 기술은 V2X가 표준에 부합하는지 성능을 진단한다. 고주파(RF) 특성을 측정하고 일정 기준대로 통신을 주고받는지 판단할 수 있다. 차량 단말기별 암호화 여부도 검사한다. 이 기술은 채널 카드와 이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SW)로 구현돼 키사이트가 만든 계측기 내 장착된다.
이에 따라 키사이트는 기존 통신 계측기에 V2X 성능 측정 기능을 추가했다. V2X 시험·인증기관을 상대로 계측기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계측기는 한 대당 가격이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키사이트는 R&S와 세계 통신 계측기 시장 1~2위를 다투는 미국회사다. 오래 전부터 아이티텔레콤을 눈여겨봐 왔다. 2015년 업무협약을 맺고 V2X 솔루션 개발을 요청했다.
아이티텔레콤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2007년부터 4년간 미국시장 타깃 V2X 웨이브(WAVE)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2010년 부산에서 열린 'ITS월드 콩그레스'에서 WAVE 기술 기반 응용 서비스를 시연했다.
2012년에는 한국도로공사의 스마트하이웨이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했다. WAVE 노변 기지국과 OBU를 스마트하이웨이 체험도로에 적용했다. 시험차량 100대에 OBU를 탑재, 판교~수원 간 시범 운용 사업에 성공했다.
올 1월에는 판매 실적을 쌓았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C-ITS 시범사업'에 V2X 인증시험 장비를 납품했다. 최근에는 키사이트와 계측기용 채널 카드, 소프트웨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인터뷰-최광주 아이티텔레콤 대표
“수입에 100% 의존했던 V2X 시험장비를 국산화하겠다.”
최광주 아이티텔레콤 대표는 “V2X 성능 측정 기술을 앞세워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LG전자에서 19년간 근무한 IT·통신 분야 전문가다. 2008년 아이티텔레콤을 인수했다. 이후 RF 단거리 전용 통신칩(DSRC) 방식 하이패스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2007년부터 V2X 원천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그는 “미국 옴니에어와 국내 전파연구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자동차부품연구원 인증·시험 절차를 모두 통과했다”며 ”WAVE 노변 기지국과 OBU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V2X 시장 국산화 비율을 높인다. 최 대표는 “3년 전부터 V2X 표준 적합성과 성능 측정 기술 개발에 나섰다”며 “올 초에는 V2X 인증 시험용 측정 기술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키사이트와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유럽표준(ETSI) ITS-G5 계측용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에는 무조건 V2X 기술이 들어간다”며 “키사이트를 통해 V2X 인증시험 기관은 물론 장비 생산, 연구업체 대상 공급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