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가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을 받기 위해 처음으로 개최한 열린마당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불합리한 점에 대한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대입정책포럼 등 그동안의 많은 토론회에도 불구하고 대입제도에 대한 의견들은 좁혀지지 않았다. 학생부의 불공정한 현실을 들어 수능 확대를 주장하는 측과 EBS 문제 암기식의 수능은 다양한 진로를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부 종합전형을 주장하는 측, 생활기록부 작성의 문제점 때문에 학생부 교과전형을 주장하는 의견 등 그동안 대립됐던 의견들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3분씩 시간 제한을 두고 원하는 참석자들이 모두 발언을 할 수 있는 공개행사로 꾸려졌다. 발언이 나오는 동시에 모바일로 의견을 전송하고 이를 대형 화면에 보내주는 의견 제안 방식도 동시에 진행됐다.
장래희망이 웹서비스 개발자라고 밝힌 박준서 학생(중3)은 “중1 자유학기제 때문에 php나 자바스크립트 등 전문서적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가서 심화된 진로 교육을 위해서는 학생부 종합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모든 것을 수능이 판단한다면, 프로그램도 있고 제빵도 있고 음악도 있어야 한다”면서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에 사는 학부모 문지은 씨는 “과거 90점이면 1등급이었는데 10년 후가 되니 98점까지 올라갔다. 수능은 반복되면 스킬이 쌓이고 아이들은 결국 시험 기계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수능 점수 절대평가와 학생부종합전형 현행 유지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하는데 수능도 좋은 학원 다니면 점수 올라간다. 수능도 금수저 전형”이라고 지적한 한 교사는 “학종 역시 진로·봉사·동아리 등 스펙 쌓기를 해야 하는데, 대학을 목표로 이런 활동들이 다 짜맞춰지는 왜곡된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열 위주 사회를 혁파하고 프랑스나 독일처럼 대학 특성화해서 지역 사회 구분없이 원하는 공부를 찾아가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의견을 듣는 것은 좋지만 여론이 따라가지 않는다고 해도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추진할 수 있는 추진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수행평가가 공정하지 못하다는데 공감했다.
대전에서 온 한 학부모는 “교사가 점수 높은 아이들 몇 명만 생활기록부를 써주고, 아무리 밤새워 수행평가를 해도 그에 대한 평가조차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사는 “이제 곧 생활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는데, 두 달안에 12만자를 써야 한다. 어떤 작가도 두 달 만에 12만자를 쓰는 사람은 없다. 불가능한 현실에서 학생부를 완성하는 방법은 복붙(복사해 붙이기) 밖에 없다”면서 학생부 교과전형 확대를 주장했다.
토론에 앞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수능과 학종 등 평가 방법들은 굉장히 본질적인 문제들이 결합해 있다”면서 “수능은 주로 국가통제형의 대입, 학종 형태는 지역 주민이 직접 통제하는 민주적인 학교 시스템 아래에서 가능한 대입 선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수능을 어떻게 보완할지 대안을 내야 한다. 학종을 강조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라면서 향후 논의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학생과 학부모는 배제한 채 정권의 입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해 놓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연 대입제도 열린마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면서 ”대입개편 특위와 공론화위원회가 중립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