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숨진 사람 92%는 사망 전 미리 자살 징후를 드러내는 경고 신호를 보냈다. 가족 5명 중 1명만 경고를 인지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3일 이런 내용 '자살사망자 심리부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 진술과 기록으로 사망자 심리행동 변화를 확인하고 자살의 구체적 원인을 검증한다. 부검 대상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중앙심리부검센터로 의뢰된 자살자 289명이다.
분석 결과 자살자 92%는 언어·행동·정서 상태 변화로 자살 경고신호를 보냈다. 언어로는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 하고, 신체 불편함을 호소했다. 자기비하 말을 하거나 자살하는 방법을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행동 측면에서는 불면증이나 과다수면 증세를 보이거나 과식 또는 소식을 하는 등 식사 태도의 변화가 감지됐다. 통장이나 물건을 정리하거나 외모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평소 아끼던 물건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행동도 보였다.
자살자 36%는 약물·알코올 남용이나 충동구매, 과속운전 등 자극을 추구하는 행위를 했다. 12.8%는 자해, 35.6%는 이전에도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정서적으로는 죄책감, 무력감, 과민함 등 감정상태 변화가 감지됐고, 대인기피나 흥미상실 증세가 나타났다.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은 21.4%에 그쳤다. 자살 의사를 확인하거나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등 적절하게 대처한 경우도 많지 않았다. 자살사망자 스트레스 요인(복수응답)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관계(64%) △경제적 문제(60.9%) △직업 관련 문제(53.6%) 순이었다.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자살자 62.3%가 수면장애를 겪었다. 체중증가 및 감소(42.6%), 폭식 또는 식욕감소(39.8%)를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 경제적 문제로는 △부채(71%) △수입감소(32.4%)가 주를 이뤘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연령별로 차이가 있다. 청년기(19∼34세) 자살자는 연애관계·학업 스트레스가 높았고, 성인기 이전에 부정적 사건을 경험한 비율(51.3%)도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중년기(35∼49세)에는 직업 스트레스(59.4%)와 경제문제 스트레스(69.8%)가 큰 영향을 미쳤다. 주택 관련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장년기(50∼64세) 자살자는 직장 스트레스(59.7%)와 실업 및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64.9%)가 컸다.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상담 받은 비율(59.7%)과 과거 자살시도 경험률(48.1%)도 높았다. 노년기(65세 이상) 자살은 신체건강과 관련 스트레스(80.6%) 영향이 컸고, 혼자 지내거나 친구가 1∼3명 밖에 없는 등 사회적 관계가 취약하다.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주변에 주의 깊게 살피면 자살을 예방한다”면서 “정부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가족이나 이웃 자살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교육받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를 100만명까지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