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엘리엇과 같은 외국계 자본이 경영권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자문사인 엘리엇어드바이저스홍콩(이하 엘리엇)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정관을 수정하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라고 압박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기존 후보마다 한 표씩 주는 것과 달리 선임해야 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엘리엇과 같은 외국계 자본이 소수 주주와 함께 의결권을 집중해 원하는 후보를 선출하고, 경영권에 직·간접적 간섭이 가능해진다.
엘리엇은 계열사 정관을 고쳐 합병·분할·주식교환·주식변경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주주 의결권도 제한하라고도 주장했다. 또 사외이사로 구성된 독립적 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를 사내이사보다 많게 이사회를 재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엘리엇은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하고, 글로벌 기준과 부합하는 경영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채택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은 엘리엇의 요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최근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1인 이상 분리 선출'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 추진 방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주주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단계부터 3%로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