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체가 사면초가 상황에 빠졌다. 가입자가 750만명을 넘어선 시점에서 강력한 암초를 만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보편요금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 안팎의 요금으로 음성 210분, 데이터 1.0~1.4GB를 쓸 수 있는 저가 요금 상품을 말한다.
현행 3만원대 통신 3사 요금제를 2만원대로 낮춰 통신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시킨 데 이어 통신사 대상으로 보편요금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8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관련 회의를 수차례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원론에 그친 이해 당사자 입장만 확인하고 큰 진척이 없지만 정부는 이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알뜰폰 업체다. 정부와 통신사업자 사이에서 넛크래커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보편요금제에서 제시한 구성 상품이 이미 출시된 알뜰폰 요금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CJ헬로는 월 2만3100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5GB, 메시지 200건을 주는 '약정 유심 LTE 21'요금제와 월 1만890원에 음성 5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조건 없는 유심 LTE 1GB' 상품을 선보였다. 알뜰폰 업체는 최근 과기정통부 김용수 2차관 주도로 열린 간담회에서 보편요금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관도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뾰족한 대책이 나올 지는 의문이다. 가계비에서 통신요금을 낮추겠다는 취지는 환영한다. 그렇다고 그 방법이 직접 정부가 요금제를 설계하는 형태라면 곤란하다. 정부가 매번 시장에 개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알뜰폰 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사업자 경쟁을 유도, 요금을 낮추는 게 해법이다. 알뜰폰과 같은 신규 사업자를 만들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배경을 다시 곱씹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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