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램 공급확대 추진… 화성·평택 신규 증설 결정

화성·평택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증설...내년 6만장 규모 추가

삼성전자가 화성과 평택 반도체 공장에 D램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

D램은 현재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동안 메모리업계가 증설 경쟁을 자제하면서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려 왔다. 삼성전자가 이런 상황을 유지하지 않고 공급량을 확대하면 후발업계가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과거 불경기에도 D램 생산량을 크게 늘려 후발 주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치킨게임'을 벌인 바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 16라인 2D 낸드플래시 생산분 3만장(월 웨이퍼 투입 기준)을 D램 생산 용도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부터 장비 반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1분기에 양산 체제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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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클린룸을 만들고 있는 경기도 평택 신공장 2층에도 D램 설비를 들여놓기로 했다. 평택 신공장 2층 총 생산 여력은 월 웨이퍼 투입 기준 20만장이다. 현재 서편(1단계)과 동편(2단계)으로 나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1단계 투자분에선 D램 3만장, 3D 낸드플래시 7만장이 각각 투입된다. 장비 발주는 12월부터 시작된다. 가동 시기는 내년 3분기다.

화성과 평택 공장에서 내년 추가되는 삼성전자 D램 생산량은 약 6만장 규모다. 화성 11라인을 이미지센서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생기는 D램 생산량 감소분 약 3만장과 미세공정 전환, 이에 따르는 공정 횟수 증가로 당장 시장 공급량 확대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서 내년에도 메모리 가격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공급량이 크게 늘어 공급 단가는 떨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화성 16라인 전체와 평택 신공장 2층 2단계 투자분 전체에 대해 D램을 생산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화성 16라인 남은 공간(13만5000장)과 평택 2층 2단계 투자분(10만장)에서 모두 D램을 찍어낼 경우 확대되는 물량만 23만5000장에 이른다. 시기는 2019년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단기로 시급한 보완 투자는 결정을 짓고 장비 입고 또는 발주하고 있다”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중기 전략은 조만간 이뤄질 신임 삼성전자 부품사업(DS) 부문장 인사 이후 확실하게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세계 D램 공급량은 월 웨이퍼 투입 기준 110만장 수준이다. 삼성이 37만장, SK하이닉스가 31만장, 마이크론이 33만장이다. 대만 일부 업체도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이 현재 세워둔 잠정 계획대로 생산량을 확대하면 전체 D램 생산 용량 기준으로 20%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추가로 쏟아진다. SK하이닉스 역시 중국 우시에 월 12만장 규모의 D램 신규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연말 완공, 내후년 장비 입고 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미 삼성 내부에선 경쟁사인 SK하이닉스, 기술력이 떨어지는 마이크론이 D램 사업에서 역대 최고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못마땅해 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D램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호황을 끝내 놓아야 한다는 인식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D램 미세공정 전환이 경쟁사보다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은 앞서 있다. 원가 경쟁력이 높다. 불황기에 경쟁사 모두가 적자를 내더라도 삼성전자는 이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의 투자 시기와 규모에 따라 호황이 지속될 수도 끝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대내외 여건에 따라 스스로 이익을 일부 반납하더라도 불황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트 권오현'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이 같은 공격적 증설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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