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단기 계획으로 경기도 화성 16라인과 평택 신공장 2층에 D램 6만장을 증설하고 있다. 중기 계획으로 해당 공장에서 대규모로 D램을 생산하겠다는 증설안도 세웠다. 확실한 결정은 권오현 부회장의 후임 인사가 나는 대로 내려질 예정이다. 지금 세워져 있는 잠정 결정대로라면 내년 6만장에 더해 내후년 이후에는 23만장을 웃도는 규모의 D램 웨이퍼가 추가 투입된다.
투자 기간이 관건이다. 빠르게 한다면 D램 가격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기간이 더뎌지면 메모리 호황은 계속된다. 그 결정은 조만간 이뤄질 권오현 삼성전자 부품(DS) 부문 총괄 부회장의 후임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망에 오르고 있는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은 '안정 이익'을 추구하는 권 부회장과는 다르게 공격경영 스타일이다.
현재 세계 D램 웨이퍼 투입량은 월 기준 110만장 수준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 공급량의 20%가 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값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경영을 펼칠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중국의 견제다. 지금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신생 업체도 어지간해선 적자를 내기 힘든 초호황 국면이다. 호황이 길어져 중국 신생 D램 업체가 자본을 축적하면 종국에는 액정표시장치(LCD)처럼 따라잡힐 수 있다는 우려감이 존재한다. 두 번째는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대만의 메모리 업계다. 난야, 윈본드 같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도 최근의 호황 덕으로 큰 수익을 내고, 증설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메모리 사업부 일각에선 '좌시하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만 증설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신공장을 짓고 있다. 당초 계획은 내후년 상반기 완공이었지만 최근 이 계획을 내년 연말로 앞당겼다. SK하이닉스는 '확장팹' 개념이라고 했지만 신공장의 생산 용량은 기존 우시 공장과 동등 수준인 월 웨이퍼 투입량 12만장 규모다. 물량 확대의 불씨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아직도 경쟁사와 비교하면 1~2년의 기술 격차를 갖고 있어 원가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과거처럼 공급물량을 확대하면서 '나는 벌고 너는 적자'를 보게 만드는 이른바 골든 프라이스 전략을 다시금 펼치게 된다면 시황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총수가 구속돼 있는 삼성 안팎의 현 상황도 공격 투자를 부추긴다는 견해도 있다. 지금은 이익을 많이 남길 때가 아니라 미래 경쟁 불씨를 없애놔야 할 때라는 의미다.
한편 삼성이 공격 증설에 나서면 장비 업계의 실적 확대 추세는 단기로는 보다 확대될 예정이다. 다만 불황이 오면 어김없이 증설을 자제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