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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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17개월 된 아들이 아내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까지 '마중' 나온다. 엄마 품에 안겨 버스에서 내리는 아빠에게 손을 흔드는 아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퇴근'이 행복하다.

기자 개인으로는 어릴 적에 어머니 손을 잡고 아버지 퇴근길에 나간 이후 '마중'이 30여년 만이다. 아버지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퇴근 시간이 늦었다.

한국은 고용률 70%가 넘는 국가 가운데 연간 노동 시간이 180시간을 넘는 유일한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간 노동 시간이 300시간 더 많다. 직업을 떠나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칼을 빼들었다. 문 대통령은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법 개정이 어렵다면 행정 해석을 바로잡는 방안까지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행정 해석을 폐기하면 근로 시간 단축은 가능하다. 법 개정은 정부 유권해석 대신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와 맞물려 기업의 아우성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비용 증가를 연간 12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중소기업이 70%인 8조6000억원을 떠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계도 임금 인하를 우려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연장 근로 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전액 보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면서도 “다만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는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원, 임금 감소 부분을 일부 보전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요한 것은 행정 해석 변경이 아니다. 국민 인식 변화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 합의를 통해 진통을 최소화해야 한다. 문 대통령도 “기업과 노동계 등 각 경제 주체도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회 대화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보편타당한 행복이다. 우리 아버지 세대가 당연히 '야근'을 해야 했다면 우리 아이들 세대는 온전한 '퇴근'의 기쁨을 누려야 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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