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56> 성공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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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Hubris), 선량한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 주는 극단의 자부심.`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에서 이렇게 말한다. 1만5693줄짜리 서사시는 그리스와 트로이 전쟁 이야기다. 이 시절에 트로이는 일리움으로 불렸다. 일리아드란 실상 `트로이 이야기`인 셈이다. 이들 신과 영웅의 이야기는 아집과 자만, 잘못된 선택으로 가득하다.

아가멤논은 승리를 원했고, 딸을 제물로 바친다. 트로이 정복자로 귀환했지만 아내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킬레스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알려준다. 오랜 삶과 영광되지만 짧은 생애. 헥토르를 죽이고 최고 전사임을 확인받지만 죽음을 면치 못한다. 이곳에서 무대를 놓는 것은 신이지만 선택은 인간의 몫이다.

짐 콜린스 매니지먼트랩 소장은 성공한 기업의 몰락은 자부심에서 자란다고 말한다. 기업이 경험하는 오만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위협을 무시할 때다. 둘째는 역량이 없음에도 시도하는 무모한 도전이다. 셋째는 성공의 원인을 전통에서 찾을 때다. 기존 사업을 방치하는 것도 오만함의 하나다. 수없이 많은 사례가 있다.

1929년 폴 갤빈과 조지프 갤빈 형제가 갤빈 매뉴팩처링으로 시작한 모토로라는 혁신의 대명사다. 1996년 모토로라는 새 휴대폰을 출시한다. 조개 껍데기를 닮은 폴더형 핸드폰이다. 키패드 덮개만 펼쳐지는 구형과 확연히 달랐다. 손바닥에 감춰질 정도로 작았다. 진동 모드도 처음이었다. PC월드지가 뽑은 반세기 최고 디자인의 하나. 모토로라 스타택(StarTAC)은 시대를 한참 앞섰다.

그러나 경쟁은 이미 가까이 있었다. 노키아가 턱밑으로 다가왔다. “스타택을 원하는가. 매장을 모토로라로 채우라”라고 말한다. 오랜 동업자이기도 한 통신사가 반발한다.

모토로라는 물러서지 않았지만 1998년 베스트셀러 자리를 노키아 6120에 넘긴다. 1년 후 점유율은 17%까지 추락한다. 모토로라는 서서히 무대에서 사라진다.

1957년 조지 하트퍼드 A&P 회장은 랠프 버거에게 유언과 함께 회장직을 남긴다. 1859년 그레이트아메리칸티컴퍼니란 우편판매점으로 시작했다. 1912년 첫 소매점을 연다. 주로 도심 뒤편에 점원 한두명을 둔 작은 가게였다. 상품은 많지 않지만 저렴했다. 1930년에는 1만5000개의 매장을 가졌다. 1949년에는 4500개의 슈퍼마켓까지 보유한다. 1950년 미국 최대 식료품 소매점 자리는 굳건했다.

문제는 이즈음 불거진다. 도시가 교외로 팽창한다. 오랜 조력자인 버거는 하트퍼드의 방식을 지키기로 한다. A&P 성공 방식과 전통은 유효하다고 봤다. A&P는 주로 도심에 매장을 뒀다. 매장은 고객의 이주 패턴을 따라잡지 못했다. 경쟁에서 뒤처졌다. 1969년에 남부 캘리포니아 전 매장을 닫는다.

대형 매장 브랜드 에이마트(A-Mart)는 케이마트(KMart)의 상표권 침해 소송으로 150개 매장을 고스란히 포기한다. 한때 1만5000개에 이르던 매장은 2006년 400개까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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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어떻게 성공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존 발도니 리더십 컨설턴트는 자신감의 가장자리는 자만심이라 말한다. 당신이 최고경영자(CEO)라면 자기 점검을 해 보라고 한다.

첫째로 결정은 어느새 자신의 몫이 되어 있는가. 둘째로 고객과 직접 만남은 드문가. 셋째로 만나는 사람은 매번 비슷한가. 넷째로 사내에서 이견을 들을 수 없는가. 이 가운데 한 가지라도 있다면 병증은 시작된 것이다.

스티븐 버글러스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자만심을 반응성 장애로 취급한다. 계속된 찬사가 만드는 망상 증상이다. 버글러스는 유혹에 빠질 때면 두 가지를 생각하라고 한다.

첫째로 어떤 자이트가이스트(기업정신)에도 오만이란 단어는 없다. 둘째로 셰익스피어 `리어왕`의 한 구절을 떠올려 보라. “보이는 것보다 많이 가지고, 아는 것보다 적게 말하라.”

두 저자가 말하는 것은 아집과 오만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호메로스가 말하는 어떤 영웅을 닮는 대신.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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