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101>불황에는 당장 돈 되는 R&D에만 집중 말고 미래 먹거리도 챙겨라

▲오늘의 고민

중견 전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 사장. 몇 년 전 노력 끝에 혁신 신제품을 내놓고 회사를 매출 20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국내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부터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 위기가 더 커지기 전에 손을 쓰기 위해 연구개발(R&D) 전략을 수정하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는 먼 미래를 위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 투자했다면 이제는 지금 잘 팔리는 핵심 제품의 업그레이드에 주력했다. 이는 바로 매출 상승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고, 매출은 갈수록 떨어져만 간다. 이런 상황이 왜 벌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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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공스토리

불황이 닥치거나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경영자는 조바심이 난다. 적잖은 기업이 R&D 예산을 삭감하고 지금 잘 팔리고 있는 핵심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투자비를 줄여서 이익률을 높이고 잘 팔리는 제품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매출 상승효과를 노린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 때문에 장기 성장 정체에 빠지는 기업이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매슈 올슨은 “기업이 장기간 정체에 빠지는 주원인의 하나는 바로 R&D 예산을 줄이고 핵심 제품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R&D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언뜻 생각하면 핵심 제품에 집중 투자하는 R&D 전략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잘 팔리는 제품을 좋게 만들면 더욱 많이 팔릴 것이고, 그러면 매출이 올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면 단기 효과에 그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기존 제품에 몇 가지 기능만 추가해도 예전처럼 잘 팔릴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는 경쟁 업체의 저가 제품 또는 기존에는 없던 진짜 새로운 혁신 제품 등에 눈을 돌리게 돼 시장점유율과 매출이 타격을 받게 된다. 그제야 부랴부랴 혁신 제품을 만들려고 해도 따라잡기에는 이미 늦은 뒤다. 실제로 소니, 모토로라, 코닥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장기 성장 정체에 빠졌다. 그 가운데 몇몇은 현재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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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혁신 기업의 하나인 3M이 좋은 벤치마킹 사례다. 1902년에 설립된 이 기업은 꾸준히 혁신 제품을 만들어 냈고,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급성장을 이뤘다. 그러다 1980년대 초 불어닥친 미국 경제 불황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3M은 R&D 예산을 전체 매출의 6%대로 대폭 줄였고, 매출이 높은 제품의 성능 향상에 투자했다. 경영진의 기대와 달리 평균 17%를 유지하던 연간 매출 성장률이 1982년에는 1%대로 곤두박질쳤고, 이후 10여년 동안 침체에 빠졌다. 그러나 지금 3M은 세계 혁신 기업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 위기에서 탈출한 걸까.

3M은 1990년대의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미래 성장 동력을 기르는 데 소홀히 하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R&D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첫째 R&D 예산을 전체 매출 10%대로 늘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두 자릿수 퍼센트를 유지했다. 둘째 예산에 투입할 프로젝트 선정 기준도 수정했다. `당장은 돈이 안 돼도 먼 미래를 바라보고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면 과감히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R&D 조직도 개편했다. 이전의 3M R&D 조직은 제품별로 잘게 쪼개져 있었다.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반면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에는 자칫 외면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3M은 R&D 조직을 △중앙연구소 △기술센터 △사업부연구실 세 부서로 나눴다. `장기-중기-단기`를 기준으로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중앙연구소는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에 주력했다. 기존에는 없는 기술을 개발,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사업 기회를 만드는 것이 역할이다. 기술센터는 3~10년 정도를 R&D 기간으로 잡고 특정 분야 기술을 집중 개발토록 했다. 이들의 역할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 가운데 중장기 매출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가려내고 이를 업그레이드, 기존 시장의 경쟁 우위를 지켜 내는 것이다. 사업부연구실은 3년 이내에 상품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기존 제품 개선에 주력했다. 3M은 이 같은 조직 개편으로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 동시에 미래의 먹거리도 소홀히 하지 않게 됐다. 현재는 R&D 조직 구조가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이때 정한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불황이라는 이유로 당장 돈이 되는 R&D에만 투자하고 있지는 않은가. 3M처럼 단기간 혁신도 이뤄 내면서 미래 먹거리도 준비하는 R&D 전략을 펼쳐 보면 어떨까. 경쟁자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회사는 업계를 뒤흔들 강력한 무기를 지니게 될 것이다.

정리=윤희정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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