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2-人](23)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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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에선 최근 `빅데이터 처리`가 가장 큰 화두다.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 인프라와 이 속에 쌓인 빅데이터가 중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사람의 뇌와 닮은` 칩을 업계에선 뉴로모픽(Neuromorphic) 칩이라고 부른다.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뉴로모픽 아키텍처 개발이 시급하다”며 “아울러 데이터 처리를 위한 메모리 컨트롤러 칩 기술 역시 새롭게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시스템반도체의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앞으로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에선 성능을 높이는 것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 그러므로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이 최근의 주된 이슈다.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동작 전압을 낮추는 것이 가장 보편화된 기술인데 이 경우 속도가 느려지거나, 에러가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잡아내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이 대세다.

▲인간의 두뇌는 단순한 기능을 하는 뉴런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외부 자극을 받으면 동시에 반응하면서 병렬로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인간은 판단을 직관으로 잘할 수 있다. 컴퓨터는 입력 데이터를 받으면 순차적으로 처리를 한다. 이렇게 순차 처리를 잘하는 컴퓨터가 병렬로 동작하는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순차처리 방식의 중앙처리장치(CPU)로는 인공지능(AI)을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시스템이 1200대 이상의 고성능 컴퓨터를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병렬처리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AI에 활용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다.

-어떤식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할까.

▲인간의 두뇌와 동일한 구조를 가진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따로 개발해야 한다. 뉴로모픽은 더 적은 전력을 쓰면서 보다 고차원적인 연산을 수행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당하다. 뉴로모픽을 활용할 경우 전압을 낮췄을 시 에러에 대응하는 방법도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 사람처럼 복잡한 병렬 연산이 가능하면 일반적인 에러는 임계치를 넘지 않는 선에서 그냥 넘길 수 있다. 사람도 모든 항목(예를 들어 기억, 사물 인식 등)에서 100% 정확한 인식은 어렵지 않나. 알고리듬으로 이런 에러를 넘길 수가 있다는 의미다.

-메모리 쪽은 어떤가.

▲메모리 그 자체의 아키텍처도 앞으로는 바뀔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당장은 아니다.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메모리 컨트롤러다. 빅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러 기술이 나와야 한다. 인텔이 마이크론과 내놓은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는 메모리 그 자체의 아키텍처에도 큰 변화가 있지만, 컨트롤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나가는 점이 눈에 띤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로 서버에 붙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능력을 통합한 하이브리드형 모듈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기존에 나와 있는 메모리에 보다 고차원적인 컨트롤러 기술을 접목시키면 부가가치를 높이고 데이터 처리 속도를 보다 높일 수 있다.

-더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발전하나.

▲우선적으로는 기존 메모리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컨트롤러의 발전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메모리 칩(Die) 안에 컨트롤러를 완전히 내장하는 `프로세싱 인 메모리`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메모리는 우리가 가장 잘 하는 분야다. 때문에 경쟁사, 경쟁국에 선두 자리를 내 주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 대응해야 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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