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국내 중소기업 임직원이 창업주의 횡령·배임 혐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출근을 저지당하자 회사 외부에 사무실을 두고 회사 자금 흐름과 불분명한 사용처 등을 밝히는데 집중했다.
소송에 맞소송이 얽히면서 약 1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 기간 동안 회사는 불분명한 사업과 자금 흐름을 차단하고 내실에 집중했다. 횡령·배임 혐의 때문에 주식거래가 중지된 후 현금 유동성 확보와 안정적 경영을 위해 지난해 11월 최대주주도 바뀌었다.
디스플레이용 레이저 리페어 장비를 공급하는 참엔지니어링 이야기다. 회사는 큰 홍역을 치르다가 최대주주가 바뀌고 지난 5월부터 주식 거래가 재개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손정민 참엔지니어링 총괄사장은 최대주주이자 신임 김인한 대표와 함께 회사 경영 전반을 새롭게 책임지고 있다. 지난 7월 초 총괄사장으로 부임한 뒤 회사 체질 강화, 신사업 진출 등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에서 기술개발과 사업을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참엔지니어링 재도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참엔지니어링은 1년 이상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분쟁이 지속됐으나 실적은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증가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레이저용 리페어 장비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혼란을 겪는 동안 직원은 어려움을 묵묵히 감내했다.
손정민 사장은 “회사에 처음 부임할 때 걱정이 많았는데 와서 보니 핵심 기술자를 비롯해 직원들이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다”며 “안으로 경영 분쟁을 겪고 밖에서 경쟁사 견제를 받는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가 잘 버틴 것은 휘청대지 않고 꿋꿋하게 회사를 지켜준 직원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엔지니어링은 지난 상반기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누적 연결기준 매출 944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각각 12.78%, 206.3% 성장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모두 장비를 공급했다.
손 사장은 기존 사업을 보완하고 빠른 시일 내에 신사업을 발굴해 성장 기반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참엔지니어링이 세계적으로 레이저 리페어 장비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단일 품목에 치우치면 중장기 성장을 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세계 시장에 참엔지니어링 장비가 1500대 이상 설치돼 있는데 품질 관련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품질을 제일로 삼고 업무 체계를 강화하는데 우선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역 확대도 고민 중이다. 그는 “레이저 리페어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분야를 찾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새로운 제품군을 확보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