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23> 함께하기(Symbiotic In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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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함께하기(Symbiotic Innovation)

1977년 이집트 카이로. 이브라힘 아볼레시는 세켐을 설립한다. 이집트 첫 유기농 농장이었다. 1990년 목화로 눈을 돌린다. 미생물을 이용해 경작해 보기로 한다. 생물역학경작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몇 년 동안의 경험은 놀라웠다. 물은 4분의 1이나 적게 들었고 수확은 30% 늘었다. 목화 원사의 탄력성도 더 좋았다. 유기농 제품 수요가 전 세계로 퍼진다. 2004~2011년에는 연평균 14%씩 성장한다. 이집트에서 가장 큰 유기농 기업이 된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나 `환경과 공생하기`란 개발도상국에서 환영받는 것이 아니다. 가난에 비하면 환경은 사치다. 거기다 이것과 이윤은 공생할 수 없다고 상식은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중국의 해산물 양식 전문 기업 장쯔다오는 유기농 양식을 생각한다. 혼식 한 가지만 많이 기르는 대신 가리비, 성게, 해삼, 전복을 함께 길렀다. 서로 경쟁관계다. 규모의 경제는 줄었고, 종류별 수익성도 떨어졌지만 전체 수익성은 오히려 올랐다. 연평균 40%씩 성장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크누트 하네스와 데이비드 마이클, 세계경제포럼의 제레미 저진스와 스브라마니안 란간 인시아드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지속 가능성은 이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실용적이기도 합니다”라고 쓴다. 기고문의 제목처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은 수익의 원천이 된다(Making Sustainability Profitable)`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을 생각할 때 비즈니스 기회를 재발견할 수 있다.

환경 대신 고객과 공생하는 방법도 있다. 인도 자인이리게이션은 관개설비 기업이다. 몬순이 약해지면서 물이 부족했다. 새 시설을 설치하면 정밀농법이 가능했다. 작은 시골농가에 은행은 대부를 꺼렸다. 자인은 농가에서 농산물을 정가로 구입하기로 한다. 이 계약은 은행에 담보물이 됐다. 농산물 거래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기꺼이 위험을 택했다. 지금 매출의 20%가 여기서 나온다.

공급자와 함께 혁신할 수도 있다. 브라질 나투라는 천연화장품 기업이다. 안정된 천연원료 수급은 필수다. 시골을 돌며 지속 가능한 채집 방법을 가르친다. 새로운 제품을 샘솟듯 출시하는 것이 관건인 산업이다. 여기서 나투라는 어떤 글로벌 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었다. 그들이 엄청난 연구개발(R&D)비를 쓸 동안 나투라에는 식물의 특징과 기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많은 채집자가 연구 파트너로 있었다. 제품 절반이 이렇게 개발됐고, 신제품으로 경쟁하는 산업에서 신제품 매출 비중은 업계 평균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 `함께하는 방식`은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기에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이들은 함께하기가 관심을 받기 전에 시작했고, 선도자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이것이 아직 남아 있을까?

네 명의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이것이 소비자의 커피 선택을 좌우하게 만들었듯 지금은 원료가 어떤 사람에 의해,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졌으며, 얼마에 구입했는지까지 따진다. 공정하다면 기꺼이 높은 가격을 치른다. 소비자는 물론 기업간전자상거래(B2B) 기업까지.

저자들은 몇 가지를 조언한다. 종래의 생산성 관점에서 벗어나 보라. 부분의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대신 시스템 전체의 비용을 생각하라. 공생(symbiotic)하는 방법을 배우라. 저자들은 공생 혁신에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세켐 방식이다. 초기에는 고비용이지만 결국 비용은 낮고 수확은 좋은 방법을 찾아낸다. 두 번째는 작게 시작해서 첨단기술로 옮겨가는 방법이다. 장쯔다오는 별것 아닌 기술에서 번 돈으로 최첨단 기술에 투자했다. 인공수초, 해조류 번식, 해저면 양식까지. 세 번째는 고객과 공급자로 넓혀 가는 것이다. 자인이나 나투라처럼 이들과 결합될 때 경쟁자가 끼어들 틈은 사라진다.

“지속 가능이란 도전이 기업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것에 민감하지 않거나 공생관계를 만들지 못하면 자원을 통제하기 힘들겠지요.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소비자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거나 어쩌다 가격이 오르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지요.” 공생을 생각할 때 혁신 방법은 바뀐다. 공생하기에 지속 가능해진다. “유기체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춥니다.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융합을 택한 것이지요.” 이 `심바이오 방식`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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