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터키 휴대폰 세이프가드 조사, 민관 합심 방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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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파고 충격으로 재판까지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전자업계가 지난 세월 동안 선진국 기업들의 반덤핑, 상계관세 등 제소에 수입국 정부의 지나친 편파 판정으로 피해를 본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우리 업계 입장에서는 차라리 공정하고 객관화된 판정을 내릴 수 있는 AI가 무역 분쟁을 판결해 주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모처럼 국제무역 분쟁에서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합심해 공정한 결과를 끌어냈다.

터키 정부는 최근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되는 휴대폰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터키 현지 휴대폰 업체의 제기로 시작된 세이프가드 조사는 2014년 12월 5일자로 개시됐고, 1년 3개월여 만에 별 조치 없이 종결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1000만대 규모의 터키 휴대폰 시장은 우리 기업 점유율이 60%로, 세이프가드가 발동될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됐다. 휴대폰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이지만 긴급관세 부과와 물량 제한이 동시에 시행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됐다. 이는 결국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 업계 점유율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빤했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되기 위해서는 수입 급증, 이로 인한 산업 피해, 수입 급증과 산업 피해 간 인과관계 등 세 가지가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터키 현지 업체의 스마트폰 생산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수입 물량의 급격한 증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논리 등으로 맞섰다.

우리 업계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조사 개시 즉시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정부는 즉각 세이프가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정부는 터키 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활용했다. 터키 경제부 장관 면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명의의 서한 등 한국 측 입장과 우려를 전달하는데 고위급이 직접 나섰다. 또 터키 현지에서는 터키 대사와 외교부 담당자가 정부를 수시 방문, 조사 진행 현황을 파악하고 업계와 정보를 공유했다. WTO 세이프가드 정례회의에서도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조사 대상국인 한국, 중국, 베트남, 대만 4개국 협회 공동 명의로 터키 정부에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최종 판정이 6개월 연장됐다. 조사 기한이 연장된 이후에도 우리 정부는 업계 및 협회와 대응 전략을 모색해 나갔다. 그 결과 지난 3월 4일자로 조사 종결이 최종 발표됐다. 그동안 고심해 온 우리 산업계와 KEA, 해외 관련국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터키 휴대폰 세이프가드 조사 종결은 최근 어려워진 수출 환경에서 의미가 크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수출은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지역경제 통합으로 관세장벽은 사라지고 있지만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도 비관세장벽, 반덤핑 등 무역구제조치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마찰 대응은 기업 혼자 해결하기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서 정부 역할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크다.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성공 사례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 번 피해 없이 조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 준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감사를 드린다. 공정하게 결론을 내 준 터키 정부에도 박수를 보낸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namis@gok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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