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정무영)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원자보다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물질파 현상` 원인을 밝혔다. 물질파와 빛이 비슷한 성질을 보이는 데에 `양자반사`가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조범석 UNIST 자연과학부 교수와 빌란 쇌코프 독일 프리츠하버연구소(FHI) 박사는 동일한 파장을 갖는 입자 세 가지를 관측하고 이 같은 결과를 얻어 19일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물질파는 원자나 분자처럼 물질을 이루는 입자가 나타내는 파동성이다.
물질파는 파장이 같더라도 입자가 다를 수 있고, 이럴 경우 회절 패턴도 달라진다. 물질파에서 파장은 입자 속도와 질량을 조합해 얻는데, 두 요소를 조합하면 동일한 파장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동일한 파장을 갖는 헬륨과 중수소는 결정 표면에서 산란할 때 완전히 다른 회절 패턴을 나타낸다.
연구진은 헬륨 원자와 헬륨 이합체, 중수소 분자의 질량과 속도를 조합해 동일한 파장을 만들었다. 이어 각각을 분자 빔(beam)으로 만들어 고전광학용 회절판에서 산란시켰다. 물질파가 장애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회절되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조 교수는 “여러 조건에서 각각의 물질파를 관측한 결과, 파장만이 회절 패턴을 결정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회절 패턴에 대한 이러한 보편적 현상은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인 양자반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반사는 양자역학이 작용하는 미시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실험에서 물질파가 회절판에서 산란될 때 표면과 상호작용해 양자반사가 일어났다. 이에 입자 자체가 다르거나 질량이나 속도 등이 달라도 회절 패턴은 동일해진 것이다.
조 교수는 “입자의 파동성은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양자반사는 모든 물리학과 학생이 양자 물리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라며 “빛과 물질파 유사성이 양자반사 현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건 기초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빛과 물질파 차이점을 알고 이를 극복하는 결과를 얻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물질파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는 현상을 이해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사업과 UNIST 미래전략과제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