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우의 효과만점 시간관리법]집중의 효과 만점인 '화장실 시간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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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호텔리어, 사진작가, 교수, 궁궐 문화역사 해설가, 작가라는 여러 타이틀이 붙여진 탓에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어떻게 시간을 관리하는가?`이다. 사실 시간관리는 90년대 후반 산업의 원동력인 `효율성`을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처럼 기업과 개인들 사이에 크게 유행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바쁘고 또 바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효율적인 시간관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극복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시간관리를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자연스럽게 습관으로 만든 것뿐이다. 이에 필자의 경험을 시간관리에 관심 있는 분들과 공유하여 더 나은 자신만의 시간관리 비법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칼럼을 시작한다. 첫 시작은 엉뚱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필자에게는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화장실에서의 시간관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어릴 적 아버지가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 가면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아 뭘 하시나 궁금하곤 했다. 당시에는 화장실에서든 버스에서든 쉴 수 있었던 자그마한 공간에서 대부분의 어른들은 신문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모든 소식들을 접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정보력에 의존했던 시대였다. 아마도 아버지에게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편안한 시간이 화장실에서 신문을 볼 때였던 것 같다.

세월이 지나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필자에게도 화장실은 쉼터 그리고 독서실로 다가섰다. 가끔 골치 아픈 업무 전화를 피할 수 있었고, 생리현상을 시원하게 해결하기도 했다. 화장실 안에서는 잔소리나 전화 소리 들을 일도 없었다. 오직 나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셈이었다.

하지만 화장실 안은 좀 심심했다. 사방 벽면에 쓸데없는 낙서도 있었고 대체로 따분한 문구였다. 그 안에 텔레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문이나 오락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 바닥에 떨어진 읽을 거리가 있으면 눈길이 가지만 지저분한 느낌이 있어 모른 척 했다.

화장실이 유용한 장소로 바뀐 건 메모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해야 할 업무 리스트, 적어 놓지 않으면 금새 잊는 건망증, 가족이나 친지를 챙겨야 할 일부터 자질구레한 사항을 낙서하듯 적어야 할 때 화장실은 금상첨화였다. 냄새가 좀 날 수도 있어 꺼림직할 수도 있겠지만 집중하는 데 최고였다. 업무 계획은 사무실에서 차분히 앉아 적어야겠지만 사무실에서는 정신의 안테나가 사방으로 흩어져 전화벨소리, 급한 서류가 쌓인 책상, 당장 끝내야 할 일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접하다 보면 정작 챙겨야 할 일들은 빼먹기 일쑤였다. 그에 비해 화장실은 시비 거는 사람도 없고, 비교적 조용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주었다.

그러던 화장실이 독서나 골치 아픈 업무 서류를 읽는 장소로 바뀐 것은 20년 전쯤이었다. 모든 서류가 외국어로 되어 있어 단어 하나에도 신경이 쓰이거나 복잡해 읽고 나서도 뭘 읽었나 싶었다. 그럴 때면 모아두었다 화장실서 볼일도 보면서 서류를 보면 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화장실에 뭘 들고 가나 의아스러워했지만 내게는 효과 만점의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화장실이 독서 장소로 추가된 것은 직원들과 스터디 모임이 있을 때, 업무상 필요한 책을 봐야 할 때였다. 예를 들어 외국어 문법이 혼동되어 다시 책을 봐야 할 때 눈에 들어오지 않던 단어와 문법들이 술술 들어왔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장소였다.

이처럼 화장실은 전날의 숙취로 심신이 괴로울 때 쉼터이기도 하고 잠깐 눈을 붙이기 좋은 휴게실이기도 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던 서류가 쉽게 이해되고, 풀리지 않았던 업무상 아이디어가 번뜩거리는 곳이기도 하다. 별도리 없지 않은가? 화장실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 집중의 효과가 최고조에 달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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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입구, 파크하얏트서울, 2012년 5월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있다는 것. 책 허리에 차고 급하게 뛰어가 볼일보고 있는데 화장지가 없을 때, 밖에 아는 사람이 오지는 않았는지 온통 신경이 다른 곳에 있다면 메모나 독서는 이미 딴 세상의 것이다. 또 옆에서 전화 벨이 울리고 통화하는 소리는 어찌 그리 잘 들리는지. 더욱 난감한 건 화장실이 고장이나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몰래 빠져 나올 때 하루 종일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백승우 swbaek@hanmail.net 그랜드하얏트서울 상무이며,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것 같은 필자는 자신만의 시간관리로 호텔리어, 사진가, 교수, 궁궐 문화역사 해설가,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즐겁게 하고 있다. 최근 클래식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싶다며 콘트라 베이스에 도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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