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가 사물인터넷(IoT)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척후병이 됐다. 아직은 판매량이 미비하지만 스마트홈 시장 개척을 위한 간판제품으로 떠올랐다. 스마트TV·냉장고·에어컨 등 가정 내 모든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스마트홈 실현에 앞서 IoT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일러 업계는 올해 가정용 보일러 생산량을 150만대 안팎으로 예상한다. 스마트홈 시장을 견인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 생산되는 보일러에 모두 IoT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아파트 분양 등으로 대규모 보일러 시스템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IoT 보일러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IoT 보일러를 출시한 한 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IoT 보일러 판매량이 많지 않다”며 “신규 시장이 열린 만큼 판매가 급증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IoT 보일러 가입자 확보가 스마트홈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떠올랐다. 통신사업자는 물론 대기업이 앞다퉈 제품을 내놓고 있다.
IoT 보일러는 스마트홈 테스트베드로 삼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가전제품을 연결해 원격 제어·관리하는 IoT 플랫폼을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는 초기 전략인 셈이다. IoT업계 관계자는 “통신사가 올해 삼성·LG전자와 협력해 다양한 IoT 기반 스마트홈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며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시장 연착륙을 위한 시범사업 격”이라고 평가했다.
시장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용자가 IoT 제품에 익숙해지도록 ‘판을 펼친다’는 의미다. 도어락·CCTV 등 다른 제품보다 IoT 기능을 홍보하기 쉽고 스마트홈 적용에 용이한 점도 보일러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IoT 보일러 사업을 둘러싼 업계 ‘합종연횡’ 현상도 두드러졌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스마트홈 플랫폼인 ‘IoT@home’에 린나이 스마트 와이파이 보일러를 포함했다. SK텔레콤은 경동 나비엔과 제휴를 맺었다. KT도 이달 안에 가스안전기 등 관련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귀뚜라미 보일러는 중소 IoT 플랫폼 업체와 제휴해 통신3사에서 모두 서비스 가능한 IoT 솔루션을 내놨다. 귀뚜라미 서버와 IoT 플랫폼과 통신은 LG유플러스가 맡았다. 일부 제품은 보일러 제어기(컨트롤러)만 교체하면 IoT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쉽게 열리지 않는 IoT 보일러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통신업계는 보일러 IoT제품을 시작으로 대기업 가전으로 IoT 판도를 키운다. 삼성·LG전자와 IoT 사업 제휴가 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최종 목표는 스마트TV뿐 아니라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백색 가전까지 가정의 모든 제품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보일러 등 중소·중견기업과 업무 협력을 테스트베드 삼아 대기업 제품과 연합한 플랫폼 서비스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 국내 스마트홈 산업 규모 전망
자료 :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