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R&D에 30억원 투자...제2도약 노리는 루미컴 공장 가보니

지난 16일 IR 리시버 모듈 제조기업 루미컴을 찾았다. 방문 첫인상은 신·구가 서로 잘 어우러진 ‘실리콘밸리’ 산업현장을 연상케 했다. 회색 빛 딱딱한 공장 모습 대신 고풍스런 서양식 건물과 대기업 R&D센터 같은 쾌적한 생산현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클린룸에는 진공몰딩프레스 등 수십여 첨단 반도체 장비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60억원이 넘는 규모다. 대당 20억원에 이르는 LED칩 생산장비 투헤드가이본더는 시간당 5000개 씩 칩을 찍어냈다. 모든 공정은 최첨단 자동화방식이다. 골드와이어에 전기적 신호를 거쳐 완성된 IC칩은 배율 40배짜리 전자현미경을 통해 불량여부가 가려진다. 머리카락 보다 작은 IC칩 위에는 정교한 시스템이 퍼즐 맞추듯 도열한 모습이었다.

루미컴(대표 이복수)이 올해 R&D 부문에 투입한 예산은 30억원이다. 올 예상 매출 70억원 대비 40%가 넘는 파격적인 비중이다. 이유는 LED, 광센서 분야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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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수 사장(오른쪽)과 연구진들이 LED칩 생산장비인 투헤드가이본더에서 테스팅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루미컴은 전북선도기업과 유망중소기업에 선정됐다. 전북을 대표하는 첨단기술 기업이다.

2004년 문을 연 루미컴 주력제품은 전자제품과 리모컨에 탑재되는 IR 리시버 모듈이다. 로봇청소기와 셋톱박스, TV, 에어컨, 조명시스템 등에 사용하는 핵심부품이다.

◇하루 17시간씩 제품개발 몰두

광전자에서 10여 년간 연구개발과 생산관리를 담당한 이복수 대표는 IR 리시버 모듈 외부실드 케이스로 창업에 도전했다. 기존에 활용되는 내부실드 케이스 방식의 경우 납땜으로 인한 환경문제와 근로환경 악화, 직무기피 등 부작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루미컴은 노이즈방지와 공정개선 R&D에 매진했다. 연구동에는 ‘불량률 100PPM이하 달성’ ‘표준에 의한 업무수행’ ‘100% 고객만족’이라는 표어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초기 부족한 사업자금은 기술력을 알아본 홍콩판매법인이 지원했다.

루미컴은 적외선 수신모듈 특허를 등록하면서 자신감도 함께 쌓아갔다. 이 대표도 매일 아침 7시 출근해 밤 11시 퇴근했다. 제품개발에만 올인했다. 1년에 쉬는 날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일에만 매달렸다. 초등학교에서 씨름선수로, 특수부대에서 대테러부대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체력과 끈기가 그의 버팀목이었다.

대만, 홍콩 등 수출 길도 열었다. 2006년 100만달러에 이어 2010년 300만달러 수출에 성공하면서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2008년에는 매출 80억원을 달성했다.

◇금융위기로 매출 반토막…절치부심

이듬해부터 상황이 급반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저가공세에 밀려 잘나가던 매출이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도약을 위해선 미래먹거리와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만 했다.

루미컴은 회사설립 후 매달 2000만원씩 적금한 돈을 모아 지난 6월 전북 팔복동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루미컴은 이곳에 LED스마트조명시스템과 산소포화도센스, 헬스케어 분야 전문장비와 인프라를 구축했다. 공장이전 기업부설연구소도 설립해 R&D를 대폭 강화했다. 때마침 전북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됐다. 혜택을 받기 위해 현재 연구소기업과 첨단기술기업 지정을 준비하고 있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은 셈이다.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제2도약 노려

루미컴은 평판형 LED와 다운라이트 등 친환경자재를 사용한 무타공 초슬림 에지형 신제품을 최근 출시했다.

초슬림 엣지방식은 평판 옆면에 LED가 부착돼 있다. 베젤 두께를 최소화해 발광면적을 최대로 키웠다. 또 플리커 프리 효과를 이용해 깜빡임 현상을 줄여 눈 피로와 두통, 시야흐림 등을 개선했다.

루미컴은 현재 강점을 가진 조도센서기술과 LED를 적용해 주차등, 센서등, 태양광간판, 가로등 시공설치에 나서고 있다. LED사업은 3개월만에 매출 10억원을 올렸다. 산소포화도센서, 콘텐트 렌즈 혈당센서, 맥박센서 등 헬스케어 영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복수 루미컴 사장은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 못지않게 임직원에 대한 비전제시와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하다”며 “해외영업거점과 마케팅강화, 신규사업 적극 추진, 차세대 전략제품 출시로 21세기 광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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