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경쟁력이 생산·제조에 이어 설계 등 첨단 분야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젠 한국이 위협 수준을 넘어 기술 추월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대만이 같은 민족인 중국에 속속 12인치 첨단 팹을 세우면서 중화권 반도체 영토가 역대 최대로 확장됐다. 팹리스(반도체설계)·파운드리(위탁생산) 협업 모델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강소국 지위를 누린 대만이 중국 거대시장에 뛰어든 격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실질적으로 자국 첨단 반도체분야 생태계를 자연스럽게 조성하는 기회를 맞았다.
이른바 설계→제조(생산)→시장→재투자로 이어지는 생태계 순환구조를 거대 시장 안에 품게 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설계·디자인 강소기업을 거느린 대만을 배후에 둔 중화권 반도체산업 밸트가 완성된 셈이다.
대기업 위주 개발·제조 공정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선 직접 경쟁에 아주 취약해졌다. 무엇보다 시장수요가 빠르게 변하고, 기기·적용 분야가 다양해지는 시장에 맞춘 발빠른 설계·제조 대응은 사실상 주도권을 놓칠 공산이 커졌다.
이제부터라도 팹리스를 키우자는 이야기는 또 다른 시간을 허비하는 주제일 것이다. 무너진 팹리스 생태계를 부여잡고 관련 중소기업을 살려내려 하는 것도 이미 실패한 과정의 되풀이만 부를 수 있다.
과감하게 새로운 반도체 수요를 찾고, 해당 분야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반도체 프런티어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 정부도 이미 시장에서 뒤늦은 구호가 돼 버린 ‘팹리스 육성, 제조 중소기업 생태계 복원’ 같은 것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차라리 대학과 연구소 등을 뒤져서라도 10년, 20년 내 기술 확보가 불가능한 도전에 힘을 쏟는 것이 유리한 접근일 수 있다. ‘중화권 반도체 연합’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반도체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그것에서 격차를 벌리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시간이 별로 없다. 반도체 생산·제조는 중국으로 다 가더라도, 우리가 쥐고 있을 특단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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