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치됐다. 정부가 추진해 온 창조경제 정책 뼈대가 완성된 셈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창조경제가 우리나라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가 더 노력해야겠지만 참여하는 대기업도, 그리고 센터를 창업 창구로 이용하려는 창업기업과 창업예비군도 모두 변해야 한다. 창조경제로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진정한 협업을 이뤄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창조경제 기치를 내건 이후 우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식 창조경제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시장경제가 완벽하게 작동해 형성된 실리콘밸리식 창조경제를 흉내 내기는 너무나 요원한 길로 비쳐졌다. 정부 손길이 어느 정도 가미된 이스라엘식 모델이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과정에서 중요한 시금석이 됐다.
과연 이들만이 유일한 창조경제 벤치마킹 대상일까. 세계 많은 국가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창조경제 구현에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시각을 조금 넓혀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의외의 곳에서 좋은 모범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한·캐나다 포럼 참석차 토론토를 방문했을 때 들른 ‘MaRS’라는 캐나다식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캐나다는 창조경제를 꽃피우고 있는 미국에 인접하고 있기에 그 필요성을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히 느꼈다. 캐나다가 자신들이 갈 수 있는 최선의 길을 모색한 흔적을 센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캐나다 역시 실리콘밸리, 보스턴 바이오밸리를 보면서 미국과 달리 선도적 기업도, 막강한 벤처캐피탈 조성 능력도 부족하다는 점을 절감하면서 센터를 만들었다.
먼저 입지가 예사롭지 않다. 토론토시 다운타운 핵심 요지에 위치했다. 캐나다에서 자랑할 만한 바이오 분야 혁신적 연구개발(R&D)이 이뤄지는 토론토대와 길을 사이에 두고 자리 잡았다. 토론토대는 인슐린 개발로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변에는 역시 바이오 기술 혁신에 힘쓰는 대형 병원 4~5곳이 있다. 이를 지원하는 행정당국도 센터와 토론토대 사이에 있다. 혁신을 이루는 사람과 혁신을 조장해야 하는 사람이 모두 도보거리 내에 몰려 있다. 언제든지 센터에 모여 미래 신성장 분야를 논의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정보기술(IT) 분야까지 포함됐다.
다음으로 혁신기업 참여를 적극 유도해 성과를 낸다.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친 에어비엔비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혁신기업을 유치해 새롭게 창업하려는 기업에 신선한 자극제를 제공했다. 에어비엔비 같은 선도 혁신기업 입장에서는 센터에서 나오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빠르게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이점을 노릴만하다.
무엇보다도 필자 머리를 강하게 때린 부분은 센터 설립과정이다. 토론토대 교수이면서 바이오 연구로 창업해 상당한 성공을 거둔 초기 창업가들이 신규 창업가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센터 설립에 뜻을 모았다. 각자 100만달러씩 거금을 쾌척한 것이 종자돈이 됐다. 주정부, 연방정부가 지원금을 더해 센터 운영을 도왔다. 여기서 이뤄지는 창조적 신산업 창업 결과물을 이용하려는 캐나다·미국 기업 투자와 수요처로서 참여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캐나다에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되는 요람을 마련해야겠다는 선도적 창업자의 숭고한 의지가 MaRS 성공의 근본적 요인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국가 발전을 위한 개인 차원 사회적 공헌이 바탕이 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나아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캐나다식 창조경제 생태계 형성 모델은 실현하기 어려운 일일까.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dhkim@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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