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 <444> 중국과 반도체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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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세계 D램 3위 제조사 마이크론 인수를 타진한 데 이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조사 마벨테크놀로지도 인수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파운드리 기업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설도 제기됐습니다. 시스템반도체 위주로 자체 기술력을 키워왔지만 이제 D램과 낸드플래시로 영역을 빠르게 넓히겠다는 게 중국 정부 의지입니다.

과거 중국은 단순히 저렴한 제품 위주로 대량 제조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장점을 갖췄습니다.

‘첨단 기술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은 상당히 빠르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스마트폰용 AP도 개발해 상용화한지 오래입니다.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구동칩, 전력반도체 등 다양한 시스템반도체를 자체 설계해 생산합니다.

이제 중국은 시스템반도체를 넘어 D램과 낸드플래시 산업 육성에 나섰습니다. D램과 낸드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중국 반도체 수입 물량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연간 반도체 수입량은 석유를 넘어설 정도로 많습니다. 반도체 국산화를 하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어 내수를 활성화하고 전체 산업을 고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Q: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면 기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A:세계 반도체 시장은 ‘치킨 게임’을 거쳐 성장해 왔습니다. 과거 10여개에 달한 D램 기업들이 치킨 게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현재 세 개 기업만 남았습니다. 공급 과잉으로 하락하는 칩 가격 압박과 경기 침체 등을 견디면서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생산 공장 유지비와 기술 투자를 감내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중국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출하면 당장 시장에 공급과잉이 발생할 우려가 큽니다. 현재 D램 3강 기업은 시장 수요에 공급을 적절히 대응해 가격이 하락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모바일 D램 33%, PC용 D램 14%, 서버용 D램 9.6%를 소비하는 거대 메모리 수요 국가입니다. 중국이 D램을 직접 생산하면 당연히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가격이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중국이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춰 점유율을 늘리기 시작하면 다시 반도체 치킨게임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중국이 생산하는 반도체가 기술이 떨어지고 품질이 낮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물론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상위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큽니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중국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금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이 도전하지 못한 분야까지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는 퀄컴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14나노미터 핀펫 공정을 연구 중입니다. 퀄컴은 중국 스마트폰용으로 공급하는 AP를 SMIC에서 생산합니다.

인텔도 중국 시스템반도체 기업 록칩과 손잡고 AP를 만듭니다.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협업입니다.

Q:우리나라가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입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전통 제조업에 비해 아직까지 중국을 이기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국산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자금을 뒷받침했습니다. 현지 주식 시장에서도 반도체는 쉽게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분야로 관심이 높습니다. 시가총액을 한껏 높인 중국 기업이 여유 자금을 들고 세계 반도체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사들이는데 눈독을 들입니다.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은 ‘기술’입니다. 제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구매 기업의 최종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반도체 기술입니다. 경쟁 국가가 쉽게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기술 격차가 큰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게 연구개발에 힘을 싣는 게 중요합니다.

◇‘IT 신화를 이끈 아버지가 보내는 편지’ 한기철, 김대용, 김명준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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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30여년을 근무하고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세 명의 과학자가 후배를 위해 편지 형태로 쓴 책이다.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마음으로 연구에 임했는지 젊은 과학자들이 30여년간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다. 세 명의 저자는 각각 통신, 반도체, 컴퓨터·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연구하며 후배들에게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한다.

책은 1부 통신 부문에서 TDX 개발, 세계 최초 CDMA 상용화, 와이브로, LTE어드밴스드 개발에 이르는 통신 발전 역사를 담았다. 2부 반도체 부문은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가 기술 격차를 극복하고 메모리 반도체 선두로 올라선 역사를 소개한다. 3부는 국산 기술로 자체 소프트웨어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이야기한다.

◇‘김하중의 중국이야기 2:영원한 이웃 끝없는 도전 한국과 중국’ 김하중 지음, 비전과리더십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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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통일부 장관이자 최장수 주중대사를 지낸 김하중씨가 두 권에 걸쳐 썼다. 중국과 중국인을 분석해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중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의 경험과 지식을 담았다. 중국을 단순히 경쟁 국가로만 인식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본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