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중국 기업의 해외 주요기업 인수 사례 메모리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중국이 세계 3위 D램 제조사 인수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중국 칭화유니그룹(쯔광그룹)이 세계 3위 D램 제조사이자 세계 4위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약 26조원)에 인수하겠다고 공식 제안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에 투자한 금액 중 최고 수준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사상 최대 인수합병 금액을 기록한 아바고-브로드컴(37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 인수 규모다. 현재 반도체 시장 두 번째 인수 금액은 인텔-알테라 167억달러다. NXP-프리스케일 인수금액은 118억달러였다.
칭화유니그룹은 주당 21달러 인수를 제안했다. 미국 뉴욕증시 종가기준인 17.61달러에 프리미엄이 19.3% 붙은 수치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현지 최대 반도체 기업이다. 칭화대학이 설립한 칭화홀딩스 자회사로 1988년 설립했다. 2013년 중국 반도체설계(팹리스) 기업 스프레드트럼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현지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후 지난 5월 HP의 중국 네트워크 장비 부문 지분을 일부 인수했고 인텔로부터 15억달러 지분 투자를 받았다.
마이크론은 2013년 일본 엘피다를 인수해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D램 제조사로 성장했다. 이후 SK하이닉스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부문은 삼성전자, 도시바, 샌디스크에 이어 점유율 4위(13.7%)다.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는 강력한 반도체 산업 육성 육성책을 내걸며 생태계 조성을 추진했다. 전체 약 200조원 수준의 투자 계획도 마련했다. 반도체 설계부터 파운드리, 패키징 등 전 영역에 걸쳐 현지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석유 수입보다 반도체 수입이 많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반도체 국산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인 중국을 잡기 위해 각국 반도체 기업은 중국과의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생산 공장을 운영한다. 인텔은 스프레드트럼, 록칩과 협업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공급한다. 삼성전자도 중국에 공급하는 갤럭시폰에는 현지 기업이 생산하는 AP를 탑재한다. 퀄컴은 파운드리 기업 SMIC와 첨단 14나노 공정 기술 개발에 협업하고 AP 생산을 맡기는 등 다방면으로 협력 수위를 높였다.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D램 등 메모리반도체를 육성하려는 정부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포착됐다. 현지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D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각국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현지 6개 지방 정부는 메모리 생산 팹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업계는 기술 난이도가 높고 대량 양산 노하우가 필요한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을 빠르게 갖추기 위해 마이크론 인수를 계획한 것으로 풀이했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력이 많아 이미 중국에서 전략적으로 전문가를 영입하는 대상 기업으로 알려졌다. 대만 난야, 윈본드 등 메모리 기업이 있지만 첨단 기술 확보 시간을 단축하고 세계적 경쟁사와 어깨를 견주기 위해 마이크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 제안이 중국 기업이 추진한 해외 기업 인수 사례 중 단연 최고 금액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12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캐나다 석유·가스기업 넥센(Nexen)을 151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실제 인수가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쉽게 승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미국 투자펀드가 일본 르네사스테크놀로지 인수를 추진했으나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이를 거절한 사례가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제시한 프리미엄이 낮아 인수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KB투자증권은 “주주 입장에서 19.3% 프리미엄이 매력적이지 않고 마이크론 재무 상태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칭화유니그룹이 상당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중국에 넘길 명분이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표. 중국 기업의 해외 주요기업 인수 사례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