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지난해 방영한 화제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대리(변요한 분)가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명대사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책도 있다. 많은 최고경영자도 수시로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현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장 의견이 항상 조직의 의사결정 방향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정부 연구개발(R&D) 혁신방안’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혁신방안을 발표하자, 연구현장은 동요했다.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최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관료들의 가짜혁신이 아닌 연구현장의 진짜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책 7대 요구안도 함께 제시했다. 주요 요구안을 보면 △R&D 예산 관리의 독립성과 일원화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일원화 △지역 R&D 사업을 광역지자체 중심으로 집중 △공기업·대기업에 대한 R&D 이중지원 중단 △R&D 기획·평가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혁 △과기전략본부의 독립성 확보와 공공 연구기관 자율성 보장 등이다.
요구안이 모두 합리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R&D 혁신방안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맥을 같이 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R&D 지원사업 일원화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히든챔피언’과 같은 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고 과기전략본부 독립성 확보 역시 정부가 밝힌 방침과 동일하다.
차이는 방법론에 있다.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서로 다르다. 목표가 같다면 방법의 차이는 줄여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장은 정부를, 정부는 현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마침 공공노조는 국가 R&D를 혁신하려는 누구와도 ‘대화하고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출연연 원장들이 아닌 실제 현장 연구자 목소리를 더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R&D 혁신방안을 어떻게 완성하느냐는 향후 한국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와 현장이 함께 슬기로운 답을 찾길 기대해본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