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기술전략본부 신설에 거는 기대

국가 연구개발(R&D) 혁신 작업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매번 진통을 겪었다.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관장하던 총괄 업무가 이명박정부 때 지식경제부로 관할권이 통합되면서 출연연구소(출연연) 통합지주회사 논의까지 갔다가 불발됐다. 현 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부로 지휘권이 넘어가면서 지금껏 혼란이 거듭됐다.

늦은 감이 있지만 미래부가 정부 R&D 혁신 방안으로 ‘과학기술전략본부(가칭)’를 신설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 설정으로 보인다. 18개로 쪼개진 R&D 관리기관 역할과 기능을 재편하고, 25개 출연연 편제도 손질하려는 시도도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관할 부처인 미래부가 다하지 못한 R&D 컨트럴타워 역할을 과학기술전략본부에 맡기는 것은 R&D정책 거버넌스에서 이전과는 달리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짜인 큰 물줄기가 잘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이 문제가 아니라 미래부가 얼마나 전략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우선 퍼스트 무버형에 맞는 출연연의 명확한 위상정립이 필요하다. 연구비를 따기 위해 중소기업 영역을 넘나들고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중복연구를 하는 체제는 국가적으로 낭비다. 출연연의 상용화 과제는 철저하게 중소기업과 기술사업화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출연연은 중장기적이고, 국가적인 비전을 가진 원천기술 개발에 매달려야 한다.

두 번째는 책임급 이상의 연구원들이 국회와 정부를 찾아다니며 연구비를 따기 위해 허송세월하는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그들을 연구 현장으로 보내고, 5~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프로젝트에 매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연구조직 변화에 따른 신분불안 요소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 연구소마다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 과학기술 미래 전략은 개별 연구소에서 차원에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온전히 국가의 몫이다. 고통 없는 국가혁신은 없다. 국가R&D 혁신 작업은 그만큼 중차대한 과제기에 오늘의 과학기술 전략 개편에 기대를 건다. 정부출연연의 오늘 모습이 우리의 10년 뒤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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