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을미년, 멀리 가기보다 `함께 가는` 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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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청마’의 해가 지고 을미년 ‘청양’의 해가 밝았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주마가편’의 정신으로 달렸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뜻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는 뜻이다. 매년 대두하는 경제 위기론 속에서도 혁신으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중국이 빠르게 부상해 그 어느 때보다 중국발 위기의식이 컸지만 동시에 더 멀리 내다보고 생존법을 모색했다.

열심히 빠르게 달려왔지만 그동안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과오도 불거졌다.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안전 불감증과 무사 안일주의의 병폐를 드러냈다.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정치권의 한계도 자주 목격됐다. 군대 내 폭력과 왕따 문제는 학교 교육 문제까지 돌아보게 했다. 가수 신해철의 사망으로 음지에 있던 의료사고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은 소위 ‘갑질’이 만연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동안 잘 보이지 않고 썩어오던 상처가 일제히 누런 고름을 터뜨린 것 같다. 이제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격렬한 운동 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운동 능력이 더 향상된다고 한다. 상처를 방치하면 잘 달릴 수 없다. 보듬고 치유해야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문제를 반복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새해 여러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세계 유수 기업과의 기술 경쟁, 특허 싸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숙제다. 전통·첨단 제조업은 물론이고 콘텐츠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로 압박하는 중국과도 전략적인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약을 위한 첫발을 내디디면서 주변도 둘러봤으면 한다. 지난해 겪은 많은 사회·경제적 이슈는 멀리 나아가는 데만 치우쳤던 부작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본 부끄러운 민낯을 잊지 말고 고쳐나가야 한다. 올해는 무리지어 생활하는 양처럼 ‘함께의 가치’가 인정받는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소재부품산업부·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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