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이 패키징 시장에 벌써부터 파장을 몰고 올 조짐이다.
막대한 투자비용 탓에 지금까지 국내 패키징 업체의 움직임은 더뎠다. 중국 패키징 업체는 가격 경쟁력으로 추격하면서 위협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TSV가 본격 적용되면 국내 패키징 업체들이 존폐 기로에 설 것이라는 인식이 최근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플립칩(FC) 설비를 구축·보강하는 단계인 국내 업체들이 오르기엔 TSV의 장벽은 지나치게 높다”며 “기술력을 가졌더라도 설비 투자 재원이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TSV는 칩을 쌓을 때 웨이퍼에 수직으로 관통하는 비아(via) 구멍을 형성, 전기적 효율성을 높인 기술이다. 칩을 거꾸로 엎어서 쌓기 때문에 웨이퍼 뒷면까지 배선 작업이 필요하다.
상용화 초기 단계인 지금은 전 공정에서 배선 작업을 마무리한 웨이퍼가 패키징 단계로 넘어와 적층되지만 향후에는 패키징 업체들이 뒷면 배선까지 해야 한다. 패키징 업체가 화학기상증착(CVD), 식각(에처), 화학적기계연마(CMP)를 포함한 전 공정 설비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TSV에 적합한 몰딩·범핑 장비 등도 보완해야 한다.
패키징 업계 관계자는 “TSV 라인 하나만 해도 5000만달러 정도의 거액이 들어간다”며 “국내 업체 여력으로는 사실상 투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국내 업체인 STS반도체통신·하나마이크론·시그네틱스 세 곳의 지난해 연 매출은 평균 3644억원에 불과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키징 업체들이 값싼 인건비와 자국 정부 지원을 토대로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패키징 업체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TSV를 포함한 고부가 제품으로 승부한다는 전략 아래 인천 송도에 세울 K5에 TSV 라인을 구축키로 결정했다. 오는 2019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투입, 이후 매년 3000억원을 들여 이를 보완·증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의 사정이 다르다. 하나마이크론(대표 최창호·한호창)은 지난해 이피웍스(대표 김구성)를 사들이며 TSV 기술을 도입했으나 설비 투자는 아직 계획하고 있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TSV 등 최신 기술은 국내 업체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STS반도체통신(대표 홍석규·전병한)은 TSV 기술을 연구개발(R&D) 중이지만 실제 설비투자 계획은 없다. 회사 관계자는 “범핑 등 FC 투자만 해도 소요되는 금액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와 패키징 업체가 협력, TSV용 설비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책 과제로 국내 업체에 TSV 장비 개발을 지원했으나 양산은 아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그마저도 일부 장비만 개발 중”이라며 “TSV가 미래 반도체 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국가적 지원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