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그룹의 첫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함을 얻은지 1년 만이다. 조선·전력 등 그룹의 핵심사업을 이끌어온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승진으로 그간 주도적으로 추진한 디지털전환(DX)·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총수 일가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도 나온다.
HD현대는 14일 2024년 사장단 인사를 내고 정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이 첫 타이틀을 단 수석부회장은 HD현대가 지난 2022년 직제 개편을 통해 도입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1년 만에 다시 승진한 배경으로 안정적 경영 능력이 꼽힌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선부문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재계에서의 HD현대 위상도 강화됐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HD현대는 8위를 기록, 전년 대비 1단계 상승했다.
이번 인사로 HD현대 주력 사업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색채는 한층 짙어질 전망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공지능(AI) 및 디지털 혁신을 통해 그룹의 3대 축인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는 2030년까지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하기 위해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진행중으로 1단계에 해당하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 구축을 완료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운항 경로를 제공하는 '오션와이즈'를 개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HD현대그룹의 3세 그룹이 임박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HD현대는 권오갑 대표이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이 공동으로 경영일선을 이끄는 구조지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3세 단독 경영 체제 전환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과거 수석 부회장을 거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다. 2009년 당시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이후 2013년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했다. 2021년엔 사장, 지난해에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오너 경영에 한발짝 더 다가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HD현대는 이날 핵심 계열사로 떠오른 HD현대일렉트릭의 조석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조 사장은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시장을 넓히며 회사 성장을 이끌어 왔다.
HD현대삼호 대표이사 사장에는 김재을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대표 부사장이,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에는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 부사장이 각각 승진 내정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안전생산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임주 부사장이 송명준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에 내정됐다.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에는 김영기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