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탈 많은 의료기기 통계 조사, 해법은

현재 의료기기 통계 조사의 문제는 업계 현실과 산업 현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생산단가나 수출단가를 축소 또는 과장해 보고하는 것은 생산단가와 수출단가 등 기업들로선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17일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 조사라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비밀인 생산단가와 수출단가를 보고하라고 하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또 실적을 취합하는 주체도 협회다보니 정보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 실무는 식약처에서 위탁 받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협회는 의료기기 수입사·제조사들이 모인 단체다. 협회는 매년 1월 31일까지 전년도 생산·수출·수입 실적을 제출 받은 후 이를 취합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하는데, 지난달 식약처가 발표한 2013년도 의료기기 통계는 이런 과정을 거쳐 나왔다.

실적 제출에 대한 부담과 유출 불안에도 기한 내 보고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도록 돼 있다. 의료기기법시행령(제14조)에 따라 1차 미보고 시 50만원 이하, 2차는 80만원, 3차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규정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실적을 축소 또는 과장해 보고하는 이유다.

의료기기 시장규모에 관한 조사도 산업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생산액+수입액-수출액’의 공식에 따른다. 그런데 이 계산법은 제조회사가 생산하는 제품 중 70% 정도를 수출할 경우, 수출액 보고 기준(통관 FOB)이 생산액보다 높아 30%가 국내에 납품돼도 그 금액이 의료기기 시장규모로 계산돼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장비를 판매하여 얻는 일회적 수익보다 유지·보수를 통해 얻는 수익 금액이 실제로는 더 큰 데, 이를 의료기기 시장 통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행 조사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20년 7대 의료기기 강국을 선언한 만큼 보다 정확한 산업 조사와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통계 조사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아닌 판매가나 총액 기준으로 실적 보고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민감한 정보 공개 문제와 통계 조사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약처 출신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가 약사법 관리 하에 있던 때에 의료기기 통계 방식을 의약품 계산 방식에서 그대로 차용한 측면이 있다”며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통계 지표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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