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지나치게 게임만 하는 문제는 부모와 가정이 해결해야 할 역할이지 정부가 주도할 일이 아닙니다.”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굿게임쇼 2014’ 현장을 방문한 다수의 부모와 학생에게 들은 말이다. 특히 강제적 셧다운제는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굿게임쇼는 가족이 즐기는 게임 문화 확산을 모토로 한 행사답게 가족 관람객이 많았다. 행사 첫 날인 금요일에는 유치원과 어린이 관련 단체가, 주말에는 나들이 겸 방문한 가족이 많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부모들은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중독법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당장 자녀의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걱정되지만 정부가 아닌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말이다.
5살 딸과 함께 방문한 김재철씨는 “아이들이 게임에 너무 빠지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줘야 하지만 이것은 가정의 몫이지 정부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게임이든 뭐든 어느 한 분야에 미친 듯이 빠질 수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평상심을 되찾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주부 유선주씨는 고등학교 1학년·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고등학생 아들이 필리핀 학교에 다니는 데 처음에 적응을 잘 못해서 힘들어하다가 게임을 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적응하더라”며 “우리 세대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게임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또래문화가 된 만큼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 씨는 또 “아이가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면 온 가족이 대화로 문제 원인을 찾고 해결해야 한다”며 “이는 부모가 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13개월 딸을 둔 오진영 주부는 “아이들이 조금씩 스마트폰과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될 나이여서 걱정이 된다”며 “부모의 지도와 관심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부가 지나치지 않은 일정 수준의 틀을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굿게임쇼에 부스를 꾸민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 소속 학생들도 정부 주도의 게임 사용 규제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게임과학고 1학년 학생은 “중학교 때 두 달 동안 매일 16~18시간씩 게임만 할 정도로 빠져있었고 성적도 많이 떨어졌다”며 “당시 아버지가 잔소리 없이 ‘너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시자 불안감을 느껴 정상 생활로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강제로 못하게 한다 해도 진짜 중요한 것은 결국 가정교육”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학생은 “개발사들이 ‘피로도’ 시스템을 적용하지만 PC방에 가면 금방 회복할 수 있어 실제 효과는 별로 없다”며 “게임을 일정 시간 하면 자연스럽게 질리고 피곤하게끔 효과적으로 설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