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나름대로 최고의 인재들만 데리고 창업했다 생각했는데, 영업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어떻게든 난국을 해결하려고 외부 전문가도 모셨습니다. 그런데 책임을 진다고 약속한 분들이 목표에 미달되면 사표만 쓰고 나가시더군요. 어떤 게 문제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보여주지 않고요.”
권대석 클루닉스 대표는 창업 초기 영업부진으로 빚을 지고 연대보증까지 더해지면서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했다. 일반 컴퓨터를 클러스터링으로 연결해 슈퍼컴퓨터를 구현하는 국내 독보적인 기술과 인력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한 것이다. 외부 도움을 구하고 조언도 들어봤지만 해답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권 대표는 그 때 제약이론(TOC)이 문득 떠올랐다고 했다. TOC는 일련의 생산과정 중에 가장 저해가 되는 부분(제약)을 집중적으로 개선해 전체 최적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병목(Bottle Neck)’ 하나가 교통체증을 일으키듯 생산 공정 전체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부분을 찾아 풀어주는 것이 TOC의 기본 개념이다. 권 대표는 영업 분야에 TOC를 접목하면 회사가 발전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분석에 나선 결과 생산 공정처럼 영업 과정 역시 일련의 연속적인 단계로 이뤄져 있었다. ‘제안-예산배정-협상-수주’가 그것으로 각 단계의 소요 시간과 소요 기간, 다음 단계로 넘어갈 확률, 평균 수익 등을 추출해 최대 생산성을 산정했다. 이를 토대로 어떤 상품에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어느덧 끝나고 매출과 이익이 매년 두 배씩 늘어났다. 2006년 8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2009년 42억원까지 늘고, 매출이익도 3억원대에서 15억원까지 증가했다.
권 대표는 TOC를 영업 분야에 접목한 사례를 학회에 발표했다.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제약이론협회 이사도 됐다. 그가 추천한 ‘TOC재고관리’는 생산관리, 영업관리를 넘어 재고관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권 대표는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모든 것이 급변하는 이 때 TOC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획은 최소한으로 설정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 생기면 그에 맞춰 가용자원을 활용하는 전체 최적화의 관점이 기업 경영이나 조직 운용 등에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예측은 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측을 토대로 방대하게 세운 계획은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며 “급변하는 상황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데, 정확한 예측을 가정하고 계획하기 보다는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부서 간 전체 최적화가 되도록 예산과 업무를 융통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