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주제작사 벼랑 끝 내모는 방송사들

방송 외주제작사들이 존폐 위기에 몰렸다. 채산성 악화는 오래전 일이지만 세월호 참사에 월드컵 등 다가올 스포츠 행사로 인한 정규 방송 축소로 제작비도 받지 못하는 지경이다.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최근 사계절비앤씨 휴업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업력 30년이 넘는 대표적 다큐멘터리 제작사다. 업계 모임인 독립제작사협회 회장사다. 경영사정이 그나마 낫다고 알려진 업체마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니 다른 제작사 사정은 뻔하다.

방송 외주제작 확대로 더 나아져야 할 사정이 왜 더 나빠지는가. 방송사라는 ‘갑’의 횡포가 여전한 가운데 제작 규모가 커지면서 위험도 덩달아 커진 탓이다. 작품 흥행이 성공해도 돌아올 보상은 적다. 빚을 내 제작하니 실패라도 하면 리스크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방송제작 시장 구조 왜곡과 폐해는 고질이다. 지난해 7월 고 김종학 PD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2월 KBS는 외주제작사와의 상생 협력도 선언했다.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제작단가 인하 등 경영 환경은 더 나빠졌다. 저작권을 여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방송 관련 기금과 펀드 등 정책 지원금은 외주제작사가 아닌 방송사에만 집중됐다. ‘독립운동’ 하듯 사업을 한다는 외주제작사 사람들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10년 전 영국 사례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자 영국 정부는 제작비 기준 쿼터를 주고, 저작권을 외주제작사에 돌려주도록 법을 바꿨다. 외주제작사 지원을 우선순위에 올리고 직접 지원했다. 방송사 반발을 무릅쓴 이러한 정책들로 외주제작사 경영 환경은 개선됐다. 콘텐츠 질이 향상되자 방송사 대외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

외주제작사 위기를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방송 콘텐츠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정부는 외주 제작사 긴급 지원과 아울러 비정상적인 시장 질서를 빨리 정상화할 혁신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 방송사 자율적인 상생협력에 기대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 신뢰도 이미 잃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