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의 정보통신부]<165>이동통신 수출선두에 서다

중국 CDMA 시장 진출은 한국인의 열정을 자극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었다.

한여름 삼복더위가 한풀 꺾이는 2001년 8월 30일.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하는 이동통신산업 해외진출 전략회의가 이날 청와대 영빈관 1층에서 열렸다. 대통령이 특정산업, 즉 이동통신만을 주제로 전략회의를 주재한 일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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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2001년 8월 30일 청와대에서 이동통신산업 해외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이동통신산업을 반도체와 더불어 수출 양대 산업으로 육성해 달라고 당부했다.<연합뉴스>

이날 오후 4시 30분.

“대통령님이 입장하십니다.”

김 대통령은 만면에 엷은 미소를 띤 모습으로 영빈관에 입장해 국민의례를 한 뒤 자리에 앉아 회의를 주재했다.

정부에서는 이한동 국무총리(현 국가원로회의 공동의장)와 진념 경제부총리(현 KDI 초빙교수),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현 IST 회장),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현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청와대에서는 이기호 경제수석(보건복지부·노동부 장관 역임)과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청와대 비서실장, 문화관광부 장관 역임, 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박준영 공보수석(현 전남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산업계에서는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부회장 역임, 현 창조경제포럼 의장), 구자홍 LG전자 부회장(현 LS미래원 회장),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전 KAIST 이사장, 현 다산네트웍스 사외이사), 이건수 동아일렉콤 사장(현 회장), 김덕용 KMW 사장, 박항구 현대시스콤 사장(현 소암시스텔 회장), 구관영 에이스테크놀러지 사장(현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통부에서 변재일 정보화기획실장(정통부 차관 역임, 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과 손홍 정보통신 정책국장(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노희도 국제협력관(현 STJ배터리 대표) 등과 정통부 산하기관 및 단체장들도 참석했다. 모두 130여명에 달했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동통신산업은 단말기, 시스템, 부품, 콘텐츠 등 제반 정보통신 분야가 망라된 종합산업”이라며 “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을 반도체와 함께 양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교부·산자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기업, 정부연구소, 수출입은행 등은 이에 적극 협조해 수출 역량을 극대화하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CDMA 단말기 등 이동통신 제품들이 우리의 경제 활력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매우 자랑스럽고 희망적인 일”이라며 “이동통신 분야 세계 최고가 되려면 기술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며 이동통신의 전략적 육성 및 해외 진출을 위한 제도 지원을 강화해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양승택 장관은 이에 앞서 김 대통령에게 이동통신 수출을 2005년까지 350억달러로 늘려 이동통신산업을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바일 비전(Mobile Vision) 2005`를 보고했다.

양 장관은 “2005년까지 세계 최강의 이동통신 국가를 만들기 위해 차세대 무선인터넷 기술 개발에 530억원 등 이동통신 핵심 기술 개발에 향후 3년간 2000억원을 투입하겠다”면서 “특히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시장인 중국에 중소 이동통신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한중 이동통신 창업펀드를 설치하고 전 세계 30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이동통신 로드쇼를 개최해 중소기업 수출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양 장관은 “세계 일등상품으로 도약한 휴대폰, 시스템 인프라 등의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3세대와 4세대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나가고 PDA, 안테나, 핵심 칩도 세계 일등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장관은 “IMT2000 세계 최초 상용화를 계기로 중국, 베트남, 몽골 등에 확산되는 `한류(韓流)`를 이동통신 수출 증대의 계기로 활용함으로써 `이동통신은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면서 “세계 물류의 중심축인 한반도에서 시베리아를 잇는 CDMA 실크로드를 건설함으로써 전 세계에 한국의 기술과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서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이동통신 세계 정상 진입계획`을,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해외수출을 위한 이동통신사업자의 역할`,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4세대 기술개발 전략`, 김덕용 KMW 사장은 `중소 이동통신기업의 주력 수출 전략`을 각각 6분씩 발표했다.

이기태 사장은 “휴대폰은 오는 2005년 세계 3위권에 진입, CDMA 분야에서는 세계 1위, GSM 분야에서는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차세대 제품 적기 출시 △세계 초일류 이동통신 브랜드 육성 △이동통신 기술인력 양성 △국내 중소기업 및 IT벤처업체와 협력 강화 △CDMA 환태평양 벨트 구축 △세계 표준화 및 세계적 특허 확보 △글로벌 경영 등의 추진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SK텔레콤은 중국 차이나유니콤에 기술 컨설팅 제고 및 운영책임자 교육을 수행했고 호주 텔스트라에는 기술자문을, 브라질 NEC에도 기술컨설팅을 해주는 등 CDMA 운용기술을 수출했다”면서 “앞으로 장비, 단말기 및 콘텐츠 업체와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 2007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고 제조업체와 해외 시장 동반진출에 나서 CDMA 세계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남 부회장의 회고.

“당시 정통부의 톱 프라이어리티(최우선 순위)가 CDMA 수출이었습니다. 실무자들이 발표 자료를 준비해 수출 연계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동남아 CDMA벨트 구축에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

조 부회장은 그해 11월 30일 CDMA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구자홍 LG전자 부회장은 “국내에서 산학연을 연계, 포괄적 연구개발 체제를 확대 개편하는 한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을 연결하는 정보통신 글로벌 연구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하고 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비동기 기술 및 제품 검증과 4세대 이동통신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의 중점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사업화 기술개발에는 정부 및 업계의 공동출연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덕용 KMW 사장은 “수출 목표액을 올해 6000만달러에서 오는 2005년 20억달러로 정했으며, 기술수출도 2005년에는 3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다중빔 안테나 시스템 등 차세대 이동통신 핵심 선도 기술 제품을 개발하고 정부와 사업자 및 관련기업 간 공동협력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김 대통령은 기업의 이동통신 수출전략을 청취한 뒤 참석자들은 이동통신산업 해외진출 방안에 관해 토론했다.

다음은 토론자들의 발언 내용.

◇오길록 ETRI 원장=ETRI는 IMT2000보다 100배 이상 빠른 4세대 이동통신 기술개발을 위한 선행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4세대 이동통신 선도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대학 및 대기업, 우수 벤처기업과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며 특히 중국과의 공동연구를 강화할 계획이다.

◇윤창번 KISDI 원장(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국내 중소 이동통신업체들이 세계 선두업체의 아웃소싱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2.5G, 3G 서비스 대응 단말기 및 핵심 부품·시스템 개발을 위한 정부지원책 수립이 시급하다. 이동통신기기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비스, 콘텐츠 등 연관 분야 발전을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최충엽 신지소프트 사장(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역임)=중소 무선인터넷업체 입장에서는 개발한 기술의 수출 상품화를 위한 국내 시장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국내 이통사업자들의 국산 기술 우선 구매가 요구된다.

◇양승택 장관=국내 중소 소프트웨어업체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SK텔레콤 등 서비스 운영업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

◇박항구 현대시스콤 사장=CDMA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재외공관이나 KOTRA 등 관련기관에서 세계 국가의 통신 관련 전문화된 정보입수 및 해외진출을 위한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역임)=외교통상부는 앞으로 정통부, KOTRA 등과 협조, 130여 재외공관과 101개 무역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돕겠다. 차세대 주력산업 해외진출 확대를 위해 업체나 단체가 원하는 정보는 즉각 지원하겠다.

◇구관영 에이스테크놀로지 사장=우리의 IT 수출금융 정책은 한계가 있다. 원활한 이동통신 수출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국제 우대금리 수준인 3%대의 수출금융과 수출보험 지원제도를 보강해줘야 한다.

◇이영회 수출입은행장(현 아시아신탁 회장)=앞으로 개도국 정부가 발주하는 대규모 IT사업에 우리 기업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원조성 경제협력기금과 일반 수출금융을 혼합해 유리한 조건으로 대외 수주활동을 지원하는 혼합신용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박항구 사장의 기억.

“당시 청와대 측에서 사전에 질문자를 정해 질문할 내용을 적은 질문지를 나눠 줬습니다. 사전조율인데 돌발 사태를 막기 위함이죠. 질문지를 그대로 읽었어요.”

노희도 당시 국제협력관의 말.

“실무회의 준비는 정통부에서 했습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관계로 청와대 측과 수시로 협의를 했어요.”

정통부는 이동통신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실무기구로 `CDMA 이동통신사업 해외진출 지원팀`을 구성했다.

정진규 당시 정통부 지원팀장(현 외교부 개발협력국 심의관)의 기억.

“당시 국제협력기획과에 전담팀을 구성했습니다. 장광수 과장(현 한국정보화진흥원장) 아래 직원 3명과 전파진흥협회 1명이 팀원으로 같이 일했습니다. 별도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고 기획과에 칸막이를 막아 근무했습니다. CDMA 확산이 당시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이날 전략회의 참석자들은 경복궁 옆 주차장에 모여 인원 점검을 한 뒤 버스로 청와대로 들어갔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버스 편으로 경복궁으로 와 각자 헤어졌다. 청와대는 참석자들에게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했다.

김 대통령의 당부와 독려,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이동통신산업은 한국 수출품목 1위 자리에 등극했다. 기업을 춤추게 하는 정책, 예나 지금이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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