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이 곧 나오시니까요.” 얼마 전부터 A 업체는 홍보팀을 보강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권 실세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뇌물 수수, 세금 포탈로 징역형을 받은 회장님의 출소 기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죠. 내부에서는 이제 회사 이미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오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장님이 가석방으로 출소하자마자 특이한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해 또 다시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오너 2세가 100% 지분을 가진 관계사 영업권을 모회사가 인수하고 모회사는 영업양수도 대금을 주식으로 제공해 2세의 지분을 늘려준 겁니다. 이른바 `경영권 세탁` 방식으로 회사를 물려준 것이지요.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홍보 진용을 갖추더라도 편법에는 손을 쓸 도리가 없답니다.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연공서열식 인사를 주로 했죠. 후배에게 승진을 추월당하는 것은 곧 퇴직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많이 달라졌죠. 실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가 어느 정도 자리잡았죠. 심지어 후배 상사 밑에서도 꾸준하게 버티며 임원까지 승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LG전자에서 핵심 공정 개발을 담당하는 B상무. 그는 연구원 시절 후배에게 추월 당해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는 여전히 부장인 데 후배는 전무까지 승진했죠. 그러나 B씨는 묵묵히 맡은 일을 다해 몇 년 뒤 10여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습니다. B상무도 대단하지만 후배 상사도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인 것 같습니다.
○…올해 최대 실적을 기대하는 C사. 이렇게 실적이 좋을 때라면 사장님은 직원들 얼굴만 봐도 좋겠지요. 그런데 적자가 났을 땐 어땠을까요. 대부분 회사들이 눈물을 머금고 구조조정을 감행하지요. 하지만 C사 사장은 눈물을 머금고 본인과 임원 월급만을 `구조조정(?)`했다고 합니다. 살벌한 비즈니스세계에서 독해야 살아남을 텐데 이 사장님은 직원들의 가족들까지 눈에 아른거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챙겼던 직원들이 이제는 최고 실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인간적인 회사가 비즈니스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 같아 훈훈합니다.
○…중소 부품업체 D사에서는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에구구`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매달 열리는 등산대회 때문인 데. A 사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도 산을 잘 타 별명이 산다람쥐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주위 임직원들은 피곤합니다. 등산이 건강에 좋다고는 하지만 다음 산행이 달갑지 않은 이들이 꽤 있겠지요. 올 겨울에는 한라산이나 태백산 등 눈꽃 핀 설산을 등반할 거란 이야기가 퍼지고 있어 두려움이 배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죠. 힘들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과 산을 내려와 먹는 맛있는 음식을 목표로 등산을 즐기면 어떨까요.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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