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거둔 과실에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8.6%에 달한다고 한다. 이 비율은 해마다 높아졌다. 2009년 14.0%와 비교하니 두 배로 껑충 뛰었다.
상장기업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법인 상반기 순이익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회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대인 상장법인 매출과 순익 증가, 9%대인 영업이익 증가가 얼마나 의미 없는 수치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빼면 기업 실적이 정체 또는 악화된 셈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책 당국까지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미래를 낙관하는 긍정적인 사고야 나쁠 게 없지만 현실을 잘못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기업 경영자가 아닌 경제 정책 당국이 이렇게 오인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해결책이 엉뚱한 방향을 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요즘 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시달린다. 국민들은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만 1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처럼 다 돈을 잘 버는 줄 알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기아차를 뺀 실적을 보면 기업이 투자를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순익이 30% 이상 빠졌는데 중장기 미래 투자를 생각할 경영자는 없다. 오너 경영 기업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정부와 국민이 압박을 하니 기업들만 더 죽을 맛이다.
삼성전자·현대기아차 같은 기업을 더 많이 만들자. 좋은 말이지만 말처럼 된다면 뭔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삼성전자·현대기아차를 뺀 기업 전체 실적에도 재무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많이 포함됐다. 중소기업 실적만 따로 뽑으면 더 심각할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경영 절벽에 섰다. 전체 고용의 90%를 차지한 이들이 무너지면 경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 정부가 실적 착시로 내년 경기 호전 등 괜한 낙관론만 펴지 말고 비상 경제 체제를 선포할 시점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 처방이라도 빨리 내려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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