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AI 주권 출발점, 데이터·거버넌스

인공지능(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AI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시간의 80% 이상이 모델링이 아닌 데이터를 다듬는 '전처리'에 소모된다는 'AI의 80/20 법칙'이다. AI 컨설팅 기관 코그니리티카가 제시한 이 법칙은 기술 초고도화 속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AI의 아킬레스건'이 결국 데이터임을 시사한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 관심은 거대언어모델(LLM)의 화려한 성능에 쏠리면서 이를 간과해 왔다. '앤트로픽 미토스 사태'는 그 달콤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 시한폭탄이었는지를 보여줬다. 각국이 '소버린 AI'를 국가 전략 의제로 끌어올린 배경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본질이 있다. 미토스 사태는 모델 차단으로 촉발된 위기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를 돌파할 생존 카드는 모델이 아닌 데이터에 있다는 점이다. 특정 모델이 차단됐을 때 오픈소스나 다른 모델로 즉시 전환할 수 있는 힘은 데이터에 있다. 어떤 모델이든 플러그인처럼 곧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정제해 둔 데이터가 그 기반이 된다. 글로벌 빅테크와 모델 크기 경쟁보다 데이터를 스스로 통제하고 운영하는 규칙인 데이터 거버넌스야말로 진정한 AI 주권 출발점이다.

최근 AI는 지시를 수행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목표를 이해하고 계획을 수립, 실행하는 '에이전틱 AI'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가트너는 2028년까지 기업 일상 의사결정 15%가 에이전틱 AI에 의해 자율 수행되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33%가 이 기능을 포함할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비즈니스 의사결정 주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부실한 거버넌스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직결된다. 가트너는 저품질 데이터와 거버넌스 부재로 인해 기업이 입는 재무 손실이 연평균 1290만달러에 달하며, 이로 인해 2027년까지 에이전틱 AI 프로젝트 40% 이상이 중단될 것이라 경고했다.

과거 디지털 전환(DX) 시대에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양적 경쟁'이 진행됐다면, AI 전환(AX) 시대는 데이터의 '질적 경쟁'이 핵심이다. 많은 기업의 AI 프로젝트가 초기 개념검증(PoC) 단계에서 멈추는 것도 기술 부족이 아니라, 분산된 데이터의 형식을 맞추고 품질을 보장할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의 부재 탓이다. 데이터의 생성부터 활용,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통제하고 이력을 추적할 수 있어야 실제 운영 환경에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국방 분야는 데이터 중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유·무인 복합체계(MUM-T)나 다영역 작전(MDO)이 중심이 되는 미래 전장에서는 수많은 시스템에서 방대한 이기종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서로 다른 출처의 데이터를 하나의 상황 맥락으로 통합하고, AI가 데이터의 의미와 관계를 스스로 이해해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어렵게 확보한 데이터 가치가 빛을 발한다.

그 위에서 AI의 판단 근거까지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인식 AI가 완성된다. 생명과 안보가 직결되는 현장인 만큼, 설명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운영 체계가 곧 전투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유통·에너지·도시·국방 등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현장일수록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디토닉 역시 지난 10여 년간 다양한 현장에서 시공간·이기종 데이터를 AI를 통해 통합·운영하는 플랫폼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AI 프로젝트의 최대 병목인 데이터 수집·정제·연결 과정을 효율화하는 것은 물론, AI가 데이터의 의미와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중심 플랫폼 구축에 집중해 왔다. 국방 분야에서도 LIG D&A와 손잡고 방산 특화 AI 플랫폼 'L-NODE'를 개발 중이다.

결국 AI 성능은 모델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AI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얼마나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최근의 AI 모델 접근 제한 조치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만약 내일 우리가 사용하던 AI 모델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AI 모델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체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에이전틱 AI 시대에 들어선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투자해야 할 대상은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데이터 거버넌스다. AI 주권 출발점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전용주 디토닉 대표 richard@dtoni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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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주 디토닉 대표.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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