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인수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창업자는 그 회사를 떠나지요. 적대적 M&A가 아니라도 기업의 통합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피인수 기업의 `넘버2`나 `넘버3`는 어떻게 될까요. 회사에 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수기업이 피인수 기업과 기술을 속속들이 아는데 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A 사장도 그런 경우입니다.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가 글로벌 기업에 인수된 후 CEO는 회사를 떠났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A씨는 떠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기회를 잘 잡은 것일까요. A씨는 이후 사장으로 승진했고 해당 사업까지 이끌게 됐습니다. A 사장이 이끌고 있는 사업이 그 회사의 미래 전략 사업임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A 사장의 자리는 보장된 것과 같다고 합니다. A씨가 회사를 떠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이 정도의 위치는 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회를 잡는다는 것,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지요.
○…집을 떠나면 제일 그리운 게 바로 `집밥`입니다. 우리나라 전자제품 세트 산업이 승승장구하면서 해외 소재·부품 회사가 한국 지사를 새로 여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본국에서 파견 나온 외국계 업체 임직원의 취미 중 요리가 가장 많다는 것입니다. 일본계 부품업체 B 지사장은 한국 음식만 2주를 먹으면 고향 생각이 그리 난다고요. 또 다른 소재업체 C 지사장은 직원들과 업계에서 만난 사람들을 초대하는 데 재미를 붙였습니다. 밖에서 술자리를 하다가 즉석에서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합니다. 같은 나라에서 파견 나온 지사장들이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비즈니스 세계가 아무리 치열하다고 해도 사람 사는 모양새는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글로벌 부품 업체 한국지사장 D는 튀는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보통 대표, 지사장이란 직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나이 지긋한 느낌과 사뭇 달라 만나는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라는데요, 모터사이클을 타며 주변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회사 임직원들과 의상을 맞춰 입고 최신 가요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남다른 재미를 선사했다고 합니다. 나이를 잊은 듯 한 사장님의 모습은 임직원들에게 에너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지나친 쇼맨십이 주변인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네요.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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