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사람들]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궈 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대만 기업인 중 삼성에 적대적인 인물로 유명합니다. 몇년 전 LCD 담합 사건으로 유럽 당국에 대규모 과징금을 내야 했을 때는 작심 발언으로 삼성을 공격하기도 했죠. 그러나 궈 회장은 한 때 삼성에 너무나도 우호적인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병마로 부인을 먼저 떠나 보내고 새로운 부인을 맞았는데요. 새 부인이 한류 마니아인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부부끼리 한국에 여행왔을 땐 이재용 섬성전자 부회장 부부와 오붓한 식사 자리를 하기도 했었죠. 당시만 해도 두 회사 간 협력 체제는 공고했었죠. 폭스콘이 애플과 손잡기 전까지 말이지요. 비즈니스의 세계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네요.

○…정말 친한 사람끼리는 돈 거래 하지 말라고 하죠. 동업도 마찬가집니다. 좋은 뜻에서 뭉쳤다가 오히려 사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희한하게 팹리스 업계에는 10년 넘게 좋은 동업자 관계를 이어가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보안용 반도체업체 A사는 친구 세 명이 동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명이 대표이사 사장, 다른 두명은 연구개발(R&D)과 재무를 각각 담당합니다. 실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끈끈한 우정을 과시한다고요. 멀티미디어 반도체를 개발하는 B사 역시 동업자 관계를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인 사장은 경영과 대외 활동을 챙기고 한 달에 절반 이상은 큰 수요처인 중국에 머물면서 시장 확대를 고민합니다. 친구인 부사장은 R&D를 전담합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영업 적자를 내면서 정체기를 맞았는데요, 친구간 우애만큼이나 사업도 순탄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즈니스하는 사람치고 골프를 하지 않은 사람은 찾기 힘들지요. 4~5시간 동안 함께 운동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다보면 금새 친해지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골프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유용한 접대 도구입니다. 중소기업들이 임직원들에게 골프를 장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중견 소재부품업체 C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부사장·연구소장 등 임원들이 모두 싱글이라는군요. 이런 분위기에서 골프를 못치는 임원이 있다면 무시당하기 십상이겠죠.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네요. 그런데 밖에서도 이런 태도를 종종 보인다고 합니다. 문제는 골프가 지나치게 야박하면 될 비즈니스도 안될 수 있다는 것, 주객이 전도되면 안되겠지요.

○…이야기가 한 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던 교장선생님의 훈화 기억나시나요. 중소 부품회사 D 대표도 교장선생님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가 한 시간 회의 스케줄을 잡으면 참석하는 임직원들은 적어도 세 시간은 확보하고 회의에 참석하고요, 오후 회의면 언제 퇴근할 지 장담 못 한다고 합니다. 지인과 저녁 식사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코스 요리의 서빙 속도를 아무리 늦춰도 그의 이야기는 마무리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행인 것은 그가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간 중간 정신을 깨우는 웃음보다 이야기를 짧게 핵심만 전달한다면 듣는 이들이 더 즐거워할 것 같습니다.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