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사람들] 우리 실장님의 필수품은 '방수팩'

○…이름만 대만 알만한 중견 부품 그룹의 A 경영지원실장. 그가 꼭 챙기는 필수품이 있습니다. 그것은 방수팩. A 실장의 직함은 경영지원실장이지만 실상은 비서실장 역할도 겸하고 있는데요. 회장은 시도때도 없이 A 실장을 찾곤 한답니다. 성격이 급한 회장의 전화를 못받는 일이 일어나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집에서 샤워할 때도 사우나에 갈 때도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답니다. 방수팩을 그럴 때 사용하는 거지요. 그런 그가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될 때는 통화가 불가능한 비행기를 탈 때 뿐인데요. A 실장에게 스마트폰은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족쇄와도 같을 텐데요. 이런 이야기는 마치 드라마같지만 `빨리 빨리`에 익숙하고 사생활은 존중받지 못하는 대한민국 비즈니스맨들의 삶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게 아닌가 합니다.

○…최근 `갑과 을 관계`로 우리 사회 전체가 시끌시끌 했었죠. 통상 물건을 구매하는 쪽이 `갑`이고 파는 쪽이 `을`입니다. 그러나 가끔 `슈퍼 을`이 탄생하기도 하죠. 국내 모 반도체장비 업체 B 사장은 자사 기술에 자부심이 강한 걸로 유명합니다. 조그만 회사를 세계 2위 장비업체로 키웠기 때문입니다. 자부심이 지나치면 자만심이 되나 봅니다. B 사장은 최근 국내 반도체 소자 업체와 갈등이 있었습니다. 화가 난 B 사장은 자사 지원 인력을 고객사 팹에서 몽땅 빼버렸습니다. 반도체 소자업체는 당장 생산라인이 중단될 처지였죠. 결국 반도체 소자업체는 두 손을 들었고 B 사장의 요구 조건을 전부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B 사장이 그야말로 한판승을 거둔 셈이죠. 그런데 그 반도체 소자업체는 최근 B 사장 회사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협력사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슈퍼 을`이라도 `갑`을 화나게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요.

○…중소 소재부품업체 C 대표는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노트북PC 수집인데요. 소장 노트북PC가 200여개에 달할만큼 많다고 합니다. 집에 다 둘 수 없어 일부는 전시도 한다는데요. 그가 처음 노트북PC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년 전부터라고 합니다. 1년에 노트북PC를 10개 정도씩 모은 셈입니다. 그는 그저 노트북PC가 좋았다고 합니다. 노트북PC에 관심을 갖다 보니 관련 공부를 했고 결국 IT 분야 일을 하며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고 하는데요. 한 분야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몰두해 자기 계발을 하는 자세.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배워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D 사장은 전자부품 전문 회사 사장으로 근무하다 같은 계열사 소재 회사인 E 사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생산 단가 1~2원을 낮추기 위해 고생하고 납기 맞추려고 초과 근무를 일삼던 전 직장과 달리 의류 섬유 회사로 출발한 E 사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고요. 임원들이 느긋한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었답니다. 문화와 접목해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을 닥달한다고 좋은 제품이 나오지는 않으니까요. `졸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강한 곳에서 성장한 D 사장은 E 사의 분위기를 받아들일 수 없었나 봅니다. 요즘 E 사 임원들은 회의 때마다 바짝 긴장한다고 하지요. D 사장은 한 달 전에 지시했던 일을 꼼꼼하게 기록해뒀다가 직접 공장에 들어가서 확인하고 담당 임원을 질타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다른 분위기, D 사장은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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