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로 활동 시작?

국가정보원이 사실상의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로 활동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4일 정부가 국가정보원에 사이버 안보의 실질적 총괄 권한을 부여하는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나타난 움직임이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최근 국내 보안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다. 모임에는 국내 보안 업체 대표들과 학계 인사 등이 초대를 받았다.

국정원이 민간 보안 전문가들과 모임을 갖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해킹 등 사이버 공격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모색하려는 목적에서다. 지난 3월 20일 방송사와 금융사 전산망을 마비시킨 사이버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국내 보안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눈 적 있다.

하지만 최근의 모임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국정원 주요 관계자들이 민간기업 관계자들과 회의를 진행한데다 업계 현안을 듣는데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국정원 고위직이 참석하기 때문에 내용을 함축적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회의에서 세세한 현안까지 꼼꼼히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것까지 관심을 갖나 싶을 정도`로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번 회동은 지난 4일 국정원에 사이버안보의 실질적 총괄 권한을 부여한다는 정부의 `국가 사이버안보 종합대책` 발표가 있은 지 약 1주일 만에 이뤄져 관심을 끈다.

이에 앞으로 사이버 안보 실무는 국정원이 총괄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한편 실질적인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원이 앞으로 많은 권한을 갖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사이버 안보 총괄 기능은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청와대가 사이버 안보의 컨트롤타워가 되고, 실무 총괄은 국정원이 담당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는다고 했지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이버 안보의 특성상 국정원이 주도권을 쥐게 되고, 이 경우 국정원은 그간 담당 영역인 공공 부문을 넘어 민간 부문까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돼 부작용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어떤 부처를 사이버 안보의 총괄책임 부서로 할지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20 사이버테러 직후인 4월 초 국정원이 사이버 안보를 총괄하도록 하는 `국가사이버테러방지법`을 발의한 반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미래부를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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