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불량 화소를 고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할 수 있다면 놀아도 좋아요. 여유를 가지면서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모두 모아 봅시다.”
역설처럼 들리는 말이 통용되는 곳이 참엔지니어링 연구개발(R&D)센터다. 지영수 참엔지니어링 부사장(CTO)은 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R&D 인재가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유`가 있어야 된다는 게 철학이다. 참엔지니어링의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 불량 화소 제거 기술도 이런 여유에서 시작됐다.
참엔지니어링은 레이저를 이용해 디스플레이 불량화소를 제거하는 장비와 반도체 분야 공정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특히 TFT, LCD, AMOLED 등 디스플레이 미세 가공 레이저 장비를 통해 세계 시장 70%를 차지하고 있다.
AMOLED 불량화소를 고치기 위한 기술은 기존 디스플레이 처리 기술과 차이가 있다. 단순히 디스플레이 내 전력을 단절해 불량화소를 가리는 것과는 다르다. AMOLED는 유기물로 이뤄졌기 때문에 화면 내 뭉침 등 현상으로 불량이 날 수 있다. 참엔지니어링의 한 연구원이 회의에서 볼펜으로 끄적였던 아이디어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뭉쳐진 유기물을 레이저로 둘러싸 막을 형성하면 불량 화소를 없앨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참엔지니어링 R&D연구센터 연구원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대부분 실제 공정 단계에 적용될 수 있다. 참엔지니어링 공정 기술 기획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때 시장 조사를 통해 즉각적인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시장 요구에 맞을 때, 참엔지니어링은 과감한 도전으로 사업화에 나선다.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업체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든 적용 기술 정보를 공유해 시장에 적합한 생산 장비를 만드는 것이 참엔지니어링의 경영 방침이다. 지 부사장은 “시장 요구 맞춤형 R&D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급변하는 디스플레이·반도체 시장 트렌드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술경영 전략”이라고 말했다.
참엔지니어링 기술경영 철학은 `콜럼버스의 달걀`을 찾는 것이다. 달걀 한쪽을 깨트려 세울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기술 개발에 적용시킨다는 의미다. 참엔지니어링이 지난해 기술개발 인력 비중을 21%까지 끌어 올릴 이유도 이 시대의 `콜럼버스`를 찾기 위해서다.
연구 인력을 위한 교육관리도 철저하다. 기술 구체화와 미래 신기술·신제품 발굴을 위한 브레인 스토밍을 월 2회 실시하고 있다. 기술 분석과 개인역량 강화를 위한 직무 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연구 인력 단계별 전문가 양성 계획을 통해 `레벨3(기술 1개분야 전문가)` 레벨 2(기술 2개 분야)` 마스터(기술 3개분야 이상)` 그룹으로 전문가를 양성해 R&D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R&D 인재 육성을 통한 결과물은 참엔지니어링의 지식재산 확보에도 한 몫하고 있다. 평판디스플레이(FPD)와 반도체장비(SEMI) 분야에서 올해까지 316건의 특허를 출원·등록을 마쳤다. 기술력으로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술 분야 다양화에도 노력한다. 플라즈마 공정장비 응용 범위를 확대해 기존 반도체와 FPD 분야에서 LED,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OLED) 분야로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를 넓히고 있다. 지 부사장은 “신성장 동력 기술 확보로 2021년에는 글로벌 장비업계 10위 안에 들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며 “세계 경제 침체 위기에서도 기술 경영으로 살아 남는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