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년 나온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미국 정부는 참전한 라이언 일가 4형제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막내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군에 구출 작전을 내린다. 총성과 포성이 그치지 않는 전쟁터에서 라이언 일병을 구하려니 많은 희생자가 속출한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 존엄성을 전한다.

진짜 전쟁은 아니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애플과 특허 전쟁에서 고군분투하는 삼성전자 구하기가 한창이다.

삼성전자 구하기는 지난달 미국 애플 특허소송 배심원 평결에서 삼성전자가 완패하면서 시작됐다. 평결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애플 디자인을 모방한 `카피캣`이 된다.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 삼성전자 옹호론이 일었다. 애플 디자인만 인정한 것은 보호무역주의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둥근 모서리`를 둘러싼 각종 패러디도 등장했다.

`안티 삼성`이 주를 이루던 네티즌 사이에 삼성전자 편이 나타났다. 모바일 커뮤니티 사이트에 `그토록 싫어하던 삼성 편을 들게 될 줄이야`라는 댓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우리 국민이 외국을 다녀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안에서는 삼성 욕을 그렇게 했는데, 밖에 나가 삼성 광고판을 보니 반갑더라”다. 우리 소비자가 삼성전자가 특허전에서 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비슷할 것이다.

마침 오는 12일 애플이 아이폰5를 공개한다. 삼성전자에 어퍼컷을 날리거나 반대로 삼성전자 기를 살려주는 제품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삼성전자 대응 방법은 하나다. 특허전 내내 강조한 것처럼 애플을 능가하는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 삼성전자를 구하기 위해 카피캣이 아니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진 우리 소비자가 후회하는 일이 생겨선 안 되니 말이다.


이호준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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