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콘텐츠, 소통을 결합한 문화가 우리가 사는 시대를 지배한다. 세련된 디자인의 스마트폰(감성)으로 동영상과 사진(콘텐츠)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소통)한다.
TV를 켜면 사람이나 문화를 생각한다는 광고가 나온다. 기술 회사들이 회사와 제품에 사람과 문화, 예술 이미지를 덧씌우려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002년 TV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슬라이드폰이 출시됐다고 광고했다.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 애니콜의 광고 메시지는 `언제 어디서나 고감도` `산에서도 잘 터진다`였다. 이처럼 휴대폰 관련 신기술이 광고 소재가 되는 경향은 애플의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최초로 꺼내 보인 2007년까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잡스의 아이폰이 가져온 혁신성은 단순히 `통화를 위한 기술 제품`이던 휴대폰을 콘텐츠를 생산하고 감성을 향유하는 `문화 기기`로 전환한 데 있다. 아이폰 이전에도 인터넷과 휴대폰이 있었지만 잡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융합에 성공했다. 그의 원동력은 어린 시절부터 기술을 다룬 체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단단해진 융합 창조성이었다.
우리 경제가 2조달러 무역, 4만달러 소득을 달성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발하는 문화와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기술과 감성, 콘텐츠로 융합 무장한 킬러 콘텐츠 창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체험 기술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인문융합 기술문화를 사회 전반에 확산해야 한다.
교육, 특히 유소년기부터의 융합 교육은 대단히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어린 시절부터 차고에서 관심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제작했다. 유명 드라마 `로스트` `프린지` 등을 만든 미국의 J J 에이브람스 감독도 상상력의 원천이 어릴 적 8㎜ 비디오카메라로 이것저것 찍고 편집해본 경험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도전과 실험 등 체험으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문화가 약하다. 선진국은 과학수업 중 실험과 실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44%지만 우리는 17%다. 정부가 기술문화에 투자하는 예산은 올해 기준으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전체 R&D 예산의 2.1%, 지식경제부는 0.2%에 불과하다.
학교 안에서 기술을 활용한 창의적 교재와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술교사를 재교육해야 한다. 또 산업기술 체험을 생활화할 복합 문화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국립과학리소스센터(NSRC)는 좋은 참고 사례다. NSRC는 스미소니언박물관과 3개 교육기관이 공동 설립한 곳으로 과학기술 교재와 교보재를 개발하고 기술교사를 재교육한다. 프랑스의 산업기술사 박물관 `라빌레트`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일반인에게 기술 전시와 체험을 친숙하게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의미 있고 감동적인 산업기술 이야깃거리를 총체적으로 정리해 일반인에게 제시한다면 소통의 문화 속에 다시 생명을 얻고 미래를 향한 초석이 될 것이다.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12일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술과 인문, 문화의 융합, 한류와 기업의 동반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왔고, 오늘은 어제보다 더 진화한 기술이 생겨난다. 그런데 첨단화하는 기술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인간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아이러니는 르네상스 시대 재림을 연상시킨다. 다수의 `다빈치`를 양성해 이를 포용하고 이윤을 창출할 `메디치` 사회를 만들어보자.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yonggeun21c@ki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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