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테크] 플렉시블 유기 트랜지스터

우리 몸속에 전자회로가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다. 자유롭게 휘어지고 감염 위험성까지 없는 유기 트랜지스터가 개발됐다. 기초적인 진단은 물론 치료 목적의 초소형 전자 기기에 탑재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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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대 다카오 교수팀이 개발한 플렉시블 유기 트랜지스터. 자유롭게 휘어지고 고온의 멸균 과정을 견딜 수 있는 특성으로 생체 이식 가능한 의료기기 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도쿄대 소메야 다카오 교수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고분자막 필름 위에 `플렉시블 유기 트랜지스터`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온라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Nature Communications) 최근호에 게재됐다.

다카오 교수팀이 개발한 플렉시블 유기 트랜지스터는 고온의 멸균 과정을 견딜 만큼 내열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 유기 트랜지스터는 생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고분자막 필름 위에 구성됐다. 심장박동기와 같이 생체 내에 이식하는 다양한 기기에 적용될 수 있다.

생체 이식 전자 기기 실용화를 위해서는 구동 전압을 낮추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고온의 멸균공정까지 거쳐야 한다. 하지만 기존 유기 트랜지스터는 높은 구동 전압(20~80V)과 낮은 내구성으로 헬스와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된 유기 트랜지스터는 150도 살균 과정에도 전기적인 성능을 유지하며 구동전압이 2V로 낮아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다카오 교수팀은 이런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아주 얇은 절연 필름을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유기 분자가 특정 조건에서 분자간에 일으키는 자기 형성 능력을 이용해 2나노미터(nm)만큼 얇은 회로를 고분자 필름 위에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방사선 측정을 이용해 유기 트랜지스터는 150도 이상의 멸균 과정에서 견딜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했다는 점을 증명했다. 자유롭게 휘어지는 유연한 기판에 트랜지스터를 형성한 점도 인체 이식에 필수적인 선행조건을 충족했다.

출생률이 감소하는 고령화 사회에서 헬스와 의료 분야에서 전자 기기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연한 전자 스위치 기능을 지원하는 유기 트랜지스터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각국 연구진은 유연한 유기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헬스 및 의료 기기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곡률 반경의 유기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초소형 의료 기기 연구개발을 가속화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