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4부)도전과 응전④친환경 없이 미래 없다

 지난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 유명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가 차량 후원사로 나섰다. 아우디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아우디 A8 3.0 모델 81대를 의전 차량으로 제공했다. 이미 충분히 유명세를 탄 아우디가 새삼스럽게 브랜드 홍보를 할 필요는 없었다. 아우디가 새롭게 필요한 것은 ‘친환경’ 이미지였다. 세계 경제의 의사결정자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친환경’은 이제 ‘웰빙’ 정도가 아니라 기업의 경제활동에 꼭 필요한 부분이 된 것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친환경’ 아니면 ‘반환경’이라는 두 종류만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환경 의식이 높은 선진국에 제품을 팔려면 적극적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 국내 유수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공해물질 사용하지 않기, 원자재 줄이기, 전력효율 높이기 등으로 친환경디스플레이(Eco Display) 기업 전환을 일찌감치 선포했다.

 ◇유해물질 저감 노력 활발=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4년 TV 모델 전체에 무연(lead free)화를 도입하고 2005년에는 전 모델로 확대·적용했다. 지난 2006년 6월 업계 최초로 유럽연합(EU) 공식 인증기관으로부터 ‘특정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에 해당하는 모든 항목을 분석, 시험할 수 있는 시험기관으로 공식 지정됐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RoHS 대응력의 신뢰도를 높임으로써 유럽을 포함,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세계 시장에서의 제품환경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며 “향후 RoHS가 규제하는 6대 유해물질 외에도 추가적으로 환경적인 영향이 큰 물질에 대한 사용제한으로 더욱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에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중순, 자사가 생산하는 LCD 패널 전 제품에 PVC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PVC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절연성과 난연성이 좋아 전기 배선의 피복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PVC는 폐기 후 소각과정에서 유해물질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됐다. 일반적으로 일부 제품에 ‘PVC 프리’ 선언을 하지만 삼성전자는 전제품 군에 이를 적용, 친환경 이미지를 대폭 강화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삼성전자 LCD 패널에는 램프 와이어·리턴 와이어 등의 부품에 PVC를 사용했다. 지난해 4월 환경인프라·개발·품질·구매 부서가 협업해 PVC 프리 프로젝트를 발동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기존 PVC는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폴리에틸렌(PE) 소재로 대체하기로 결정하고 모바일·노트북PC·모니터·TV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군에서 PVC 프리를 적용하는 시범모델을 선정했다. 회사는 시범모델 개발 후 품질과 신뢰성 확보를 거쳐 적용 모델을 확대, 지난해 10월 이를 전 제품에 적용했다.

 ◇부품 최소화로 환경에 기여=LG디스플레이는 백라이트 및 구동회로에 탑재되는 부품 수를 줄여 원자재 사용량을 줄였다. 이는 환경뿐만 아니라 저감된 부품 수만큼 원재료를 줄임으로써 경제성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지난 2005년부터 37인치 32인치 TV용 제품에 사용하는 백라이트 램프 수를 10%, 구동회로에 들어가는 회로 부품 수를 30%, 드라이브 IC의 개수를 37% 줄였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기능 통합과 구조 단순화로 원료물질을 줄였다. 회사는 “백라이트 램프를 구조가 단순한 외부전극형광램프(EEFL)로 교체, 기존에 여러 개로 분리돼 있던 부품을 하나의 공통 부품으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풀HD PDP를 개발하면서 재료비와 유리 사용량을 대폭 줄였다. 일단 기존의 PDP가 구동 IC를 패널 상단과 하단에 모두 사용한 데 비해 삼성SDI 신제품은 듀얼 스캔 방식을 채택, 하단의 구동 IC만으로 가능한 제품을 개발했다. 삼성SDI 측은 “듀얼스캔 방식으로 환경 문제뿐 아니라 원가도 30%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또 유리 두께를 대폭 줄였다. PDP 글라스에 기존 유리(약 3㎜) 대신 1.8㎜ 두께의 고강도 글라스를 사용, PDP 패널 전체의 두께를 2㎜ 이상 줄였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로써 유리 사용량을 줄여 환경오염 방지에도 노력을 기울였으며 PDP 모듈 전체 무게도 6.6㎏이상 줄여 사용자의 편의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전력 소모 줄여=제품 자체의 개선을 통한 친환경 제품 개발과 함께, 전력효율을 높임으로써 환경에도 기여한다. LC디스플레이는 지난 2007년 이후 전시회 부스 내에 별도의 ‘저전력 제품 전시공간(Low Power Technology Zone)’을 마련하고 첨단 친환경 LCD 기술을 전시했다. 이 중 APC(Advanced Power Control) 기술을 채택한 42인치 TV용 패널은 전력소비를 약 30% 절감한 제품이다. 한 화소(Pixel)에 RGB(Red·Green·Blue) 외에 흰색(White)을 추가, 전력소비를 약 35% 절감하면서도 고휘도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한 26인치 TV용 패널, 화면 정보를 분석해서 전력소비를 약 30% 절감한 2인치 휴대폰용 패널 등을 공개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ED 백라이트를 적용해 소비전력을 크게 절감한 모델도 최근 전시회에서 공개했으며, 이 중 47인치 TV, 15.4인치와 12.1인치 노트북PC용 LCD는 금년 상반기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최근 화이트 액티브 LED 백라이트 기술을 적용한 39.1㎝(15.4인치) LCD를 개발했다. LED 백라이트는 일반 냉음극 형광램프(CCFL) 백라이트보다 소비전력이 낮은데다, 액티브 백라이트 기술을 적용해 소비전력을 줄였다. 액티브 LED 기술은 콘텐츠에 따라 백라이트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밝은 화면에서는 백라이트가 빛의 밝기를 높여 주고 어두운 화면에서는 빛의 밝기를 줄여주는 원리를 이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개발품의 소비전력은 영상의 밝기에 따라 일반 LED 제품보다 최대 40% 이상 전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께하는 친환경 제품 개발

 친환경 제품은 패널업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친환경 산업도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은 인증제도 등으로 협력업체의 제품 개발 수준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자재만을 공급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2003년부터 ‘에코파트너 인증제’를 실행했다. 지난해 2월 ‘통합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등 디스플레이 업계 전체에 환경경영을 확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점차 높아져 가는 가운데 이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며 “협력 업체와 같이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지난 2005년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이 있는 협력사들에 대해 ‘친환경인증제’를 도입해 효과를 봤다. LG전자는 자사가 제시한 기준에 걸맞은 제품을 생산해야만 새로운 협력사로 받아들였다. LG전자는 사내에 지원단을 꾸려 협력 업체를 컨설팅하는 방식으로 업계 전반의 환경 경영 수준을 높였다.

 일부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경쟁 우위점으로 들고 나왔다. 제일모직은 LCD TV와 고급가전 제품의 외장재로 사용하는 내스크래치 수지 부분에서 별도의 도장이 필요 없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용 박막 필름업체인 상보는 30년간 필름 재료를 생산했던 경험을 토대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며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인터뷰-김동식 LG디스플레이 환경기술담당 상무

 “그린경제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김동식 LG디스플레이 환경기술담당 상무는 지난해 12월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말한 ‘그린경제시대’로 운을 뗐다. 발리 기후변화협약을 앞두고 반 사무총장은 기고를 통해 그린경제시대를 알렸다. 산업혁명과 기술혁명·세계화를 잇는 흐름은 그린 경제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친환경이라는 화두는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파고에 재빨리 몸을 싣지 않으면 기업은 언제 도태될지 모릅니다. 디스플레이 산업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되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환경규제(RoHS)가 더욱 엄격해졌다. 유럽에 이어 일본·미국·중국 등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내수 시장을 넘어 깐깐한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우리 기업들에 환경 경영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소비전력을 줄이는 것입니다. 친환경 저전력 부품·소재를 적용하는 데 앞장 설 것입니다. 발광다이오드(LE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검증된 친환경 소재를 탑재한 비율을 높여나가겠습니다.”

 각종 부품의 전력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완제품의 소비전력 감소로 이어진다. 환경에 유익한 것은 물론이고 비용 및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진행한다. 회사는 2004년 대비 2006년 지구온난화 물질 발생량(생산면적 대비)을 35% 이상 줄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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